척추는 뼈와, 디스크, 인대로 이뤄져 있다. 직립보행하는 인간은 중력 자체만으로도 척추에 부하가 걸려 퇴행성변화가 발생한다. 여기에 직업적으로나 일상생활을 통해 척추에 과부하가 걸리면 퇴행성변화가 일어나고 척추구조물이 낡아 척추신경관을 좁아지게 한다. 이것이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질병인 ‘척추관협착증’이 되는 것이다.
환자들의 엑스레이나 MRI영상을 보면 허리의 과거 고충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진료실에서 척추관협착증으로 치료받는 환자 대다수가 육체적으로 일을 많이 한 분들이다. 가족들을 위해 몸을 던져 열심히 일하고 늦은 나이에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대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허리통증의 약 3% 정도는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으로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노화로 인해 퇴행성변화가 진행되면 척추신경이 지나는 척추신경관의 공간은 정상적으로 좁아진다. 단순히 척추신경관의 공간이 좁아진 것은 척추신경을 압박하는 척추관협착과는 일단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진료실을 찾는 많은 환자가 협착증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협착증이 아니라 척추신경관의 공간이 좁아졌다는 소견이다. 심하게 척추관이 좁아지면 척추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이라고 한다. 척추관협착과 척추신경관이 좁아진 것은 질병인 협착증과는 엄연히 다르다. 척추관협착이 있어도 통증이 없는 경우도 꽤 흔하다.
협착증은 치료해야 할 병이지만 척추관공간이 좁아진 것과 척추관협착은 정상적인 퇴행성변화다. 나이를 먹으면서 피부탄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정상적인 변화인 것이다. 척추관이 좁아져 협착이 발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신경도 좁아진 공간에 맞춰 적응한다.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질병으로서의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을 압박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다리와 엉덩이, 허리통증이 동반되는 경우다. 척추신경이 들어있는 척추관의 앞뒤 지름은 보통 1.5~2.5cm 정도인데 척추관의 크기가 줄면서 앞뒤 지름이 0.5~1.0cm 정도로 작아지면 신경이 기계적으로 눌려 허리, 엉덩이, 다리에 통증을 만드는 척추관협착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허리디스크와 마찬가지로 MRI를 통해 척추신경이 눌리는 모습이 관찰된다 해도 그에 합당한 증상이 없으면 병으로서 척추관협착증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실제로 MRI, CT에서 보이는 척추관협착 정도와 환자들이 호소하는 통증과의 연관성이 그리 높지 않다.
60세 이상에서 10명 중 9~10명(대다수)은 척추의 퇴행성변화를 보이는데 가장 흔히 관찰되는 것 중 하나가 척추관협착이다. 허리 MRI를 시행해보면 70세 이상인 사람 10명 중 8명 이상에서 척추관협착이 발견된다.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 전혀 없는 사람도 10명 중 2명 정도에서는 심한 척추관협착이 관찰된다.
허리에 통증이 있다고 해도 항상 눈에 보이는 MRI 등의 영상소견만으고 섣불리 진단 내려서는 안 된다. 자세개선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허리통증인데도 불필요하게 과한 치료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대다수 전문의들이 잘 진단해 치료해주겠지만 일반인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학지식을 알고 있어야 더욱 현명하게 자신의 허리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