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운전 중 시력의 특성과 안전운전을 위한 시력조건에 대해 알아보자. 운전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는 시각을 통해 얻는 만큼 시각은 운전 시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운전자는 시각을 통해 판단하고 조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안전운전을 지향한다.
운전 중에 움직이는 사물을 보는 능력은 정지된 사물을 보는 능력보다 훨씬 나빠진다. 정지상태에서 인간의 시야각도는 한쪽 눈 기준 대략 160도이고 양안 시야는 200도가량으로 대부분의 동물보다 좁다.
일반적으로 시속 60km에서 시야각은 절반인 100도로, 시속 100km에서는 40도로 줄어든다. 이처럼 속도가 빠를수록 시야각도는 급격히 좁아져 돌발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흔히 터널에 진입할 때 갑자기 어두워져 잘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암순응’(暗順應, dark adaptation)이라고 한다. 반대로 터널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에 밝은 곳으로 갑자기 나오게 되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현상을 ‘명순응’(明順應, light adaptation)이라고 한다. 암순응이 명순응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터널이나 지하주차장 같은 어두운 곳에 진입할 경우에는 속도를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야간운전은 모든 운전자에게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 주의를 요한다. 인간은 시각세포 중 밝은 빛에 반응하고 색상을 구분하는 원뿔세포가 발달돼 있는 반면에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의 기능이 약해 야간시력은 야행성동물에 비해 훨씬 좋지 못하다. 따라서 야간에는 전조등이 비추는 범위 (보통 상향등으로 100m, 하향등으로 40m 정도)까지밖에 볼 수 없고 시야의 범위가 좁아 속도를 내면 위험해진다.
야간운전 시 반대차선 마주 오는 차의 전조등 불빛이 교차하는 부분에서 일시적으로 보행자나 사물이 보이지 않는 ‘증발현상’과 교행차량의 전조등 불빛에 눈이 부셔 전방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현혹현상’ 역시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교행 전 속도조절과 함께 주변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시선을 비켜 전방차량의 전조등 불빛을 정면으로 주시하지 않도록 한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증 발급기관인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시력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교정시력으로 1종은 양안 시력 0.8 이상, 각안 0.5 이상이며 2종은 양안 시력 0.5 이상, 한쪽시력이 없는 경우 다른 쪽 시력이 0.6 이상이어야한다. 또 신호등을 구별하기 위해 적, 녹, 황색의 색채식별이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근시나 난시 등 굴절이상으로 시력이 나쁘면 항상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면허취득 후에도 시력변화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시력검사를 통해 최적의 교정시력을 유지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녹내장, 백내장 같은 안과질환은 안전운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시력상실위험이 있어 더욱 꼼꼼히 관리해야한다.
또 운전 중 눈에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고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야간 운전시에는 반사방지코팅렌즈 안경으로 눈부심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