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참관기] 고대안산병원 5개과 협진 대수술
[수술참관기] 고대안산병원 5개과 협진 대수술
  • 이의갑 기자 (medigab@k-health.com)
  • 승인 2016.07.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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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20명 의사, 32시간 사투…협진 새지평 열다
ㆍ구강저암·식도암·원발암 동시 제거해야하는 어려운 환자
ㆍ단계마다 8시간 넘는 대수술, 주요집도의 4명 차례로 성공
ㆍ수술 후 요양 및 생계비 지원책 마련까지 아낌없는 지원

새벽 3시. 갑자기 전화벨이 울려 깜짝 놀랐습니다. 전화기를 봤더니 지방의 일반전화번호가 떴더군요. ‘이건 뭐지?’ 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받았더니 평소 좋아하던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 수술 정말 잘하고 싶어.”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잠시 기다렸습니다. “오늘 젊은 사람이 수술하는데 정말 큰 수술이야. 마취과를 포함해 5개과가 함께 진행해야해. 이 환자, 꼭 살리고 싶네…”

이것이 이번 수술참관기를 쓰게 된 계기입니다. 이번 수술에는 무려 20여명의 의사가 참여했고 수술시간만도 약 32시간에 달했습니다. 이번 수술에 참여한 의사들의 진심과 정성을 보면서 ‘인술(仁術)’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환자분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편집자 주>

 

 

고대안산병원은 매주 진행하는 다학제회의를 통해 세 종류의 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수술을 결정하고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위장관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마취과 등 5개 과가 한마음으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고대안산병원이 다학제진료를 통한 협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마취과를 포함해 무려 5개과 의사 20명이 한마음으로 수술해 끝내 세 종류의 암을 가진 환자를 살려낸 것. 32시간의 감동스토리를 전해드린다.

이 환자는 평소 치아가 안 좋아 일반치과에서 염증국소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차도가 없자 고대안산병원 치과에 방문했고 다시 암센터 내 두경부암팀으로 옮겨졌다. 검사결과 우측 턱뼈를 침범한 구강저암과 식도암, 두 군데의 원발암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권순영 교수


이비인후-두경부외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성형외과, 방사선학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가 모여 매주 진행하는 다학제회의를 통해 수술을 결정했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사명감으로 수술 이틀 전 집도의와 보조의들이 다시 모여 수술과정을 브리핑했다.

이 환자의 경우 종양이 생각보다 커 입안과 턱뼈를 절반 이상 잘라내야 하고 식도를 절제한 뒤 위를 끌어올려야한다. 총 세 가지 수술을 해야 하는데 각각 8시간 이상 걸리는 대수술이다.

 

 

 

 

황진욱 교수


두경부암의 일종인 구강저암이 있는 경우 식도암도 함께 발병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보통은 조기발견돼 이 정도로 크게 발전하지 않는다. 이 환자의 경우 종양이 뼈를 뚫고 나올 정도로 커졌는데 이는 극히 드문 사례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수술에는 병원의 주요집도의 4명이 참가했다.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 위장관외과 이창민 교수, 흉부외과 황진욱 교수, 성형외과 유희진 교수가 그들이다. 여기에 보조의가 각각 두 명 이상 도왔다.

 

 

 

 

이창민 교수


첫 수술은 이비인후-두경부외과에서 담당했다. 이 과에서만 6명의 의사가 참여했는데 워낙 긴 수술이라 교대로 집도했다. 수술 두 시간 후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김민수 임상조교수의 수술을 권순영 교수가 이어받아 집도하는데 집도의와 보조의가 바뀌어도 오랜 수술경험이 있어서인지 호흡이 매끄럽다. 간호사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기구가 즉각 준비된다.

피를 적게 흘리기 위해 코아귤레이터라는 특수기계로 지혈해가며 수술하기 때문에 속도가 더디다. 이 기계는 전기가 흐르는 메스의 개념으로 절개해도 모세혈관을 막아 피가 덜 흐른다.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출혈량을 적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유희진 교수


이비인후-두경부외과에서 구강저암의 광범위절제술 및 양측변형 근치적경부절제술을 시행하고 우측턱뼈절제술도 같이 시행했다. 이때 전체수술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성형외과 유희진 교수는 턱뼈재건을 위한 종아리뼈와 근육, 피부를 포함한 유리피판을 채취했으며 이비인후-두경부외과의 수술이 끝난 뒤 우측 턱뼈 재건을 연이어 시행했다.

안면부수술이기 때문에 흉터도 문제지만 뼈를 복원하는 복잡한 단계가 필요하다. 우선 3D프린터로 제작한 환자의 두개골모형과 다리뼈모형을 어떻게 만들지 미리 준비한다. 또 다리뼈의 얇은 부분을 부분 절삭해 절개한 턱뼈모양으로 맞춘다. 턱뼈는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만들어야한다. 피부는 팔의 일부를 떼어내는 유리피판술로 안면부에 이식한다.

이후 식도암수술을 위해 흉부외과 황정욱 교수와 위장관외과 이창민 교수가 함께 투입됐다. 수술 후 회복을 고려해 가슴을 열지 않고 흉부외과에서는 이비인후-두경부외과에서 수술한 좌측 목에서 식도로 접근하고 위장관외과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흉부외과와 일반외과는 식도전체를 잘라내고 위를 끌어올린다. 위를 그냥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식도모양으로 재건해야하는 매우 어려운 수술이다. 이 환자는 나중에 위역류질환이 생길 수 있어 오랜 시간 관찰해야한다. 이후 양목의 피하층과 살을 꿰맨 후 수술이 끝났다. 약 20명의 의사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순간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대안산병원은 최대한 환자지원을 끌어내려하고 있다. 수술비도 필요하지만 약 6개월 이상 요양해야하기 때문에 생계비도 절실하다. 고대안산병원은 안산시청에 연결하는 방법에서 민간지원까지 의료비와 생계비를 함께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사회사업과 송지원 팀장은 “우리나라가 아직 살만한 나라라는 것을 보고 싶다”며 “시청과 민간지원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독지가의 지원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헬스경향 이의갑 기자 medigab@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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