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 지속되는 ‘뒤탈’…방치하면 ‘치질’ 부른다
명절 후 지속되는 ‘뒤탈’…방치하면 ‘치질’ 부른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6.09.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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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운전, 명절음식 등 항문질환 위험 높여 주의해야

#40대 직장인 현모씨는 추석에 명절음식으로 식사를 제때 챙겼는데도 연휴 5일 동안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5시간이 넘는 귀성길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아랫배가 딱딱하고 엉덩이가 따끔거리기까지 했다. 출근 후에는 오랜 시간 앉아 업무를 하는 탓에 화장실을 갈 때마다 피가 나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심했다. 현 씨는 결국 명절 연휴 기간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치질’이 발생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5일간의 긴 추석연휴 뒤 찾아오는 것은 허리나 무릎 등 관절통증만이 아니다. 의외로 항문질환이 발생하거나 치질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장거리 운전, 고칼로리 음식 섭취, 음주 등이 짧은 시간 내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비나 치질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명절 후 나타나는 만성변비, 항문출혈 등 몸의 이상징후를 단순한 명절후유증이나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을 방치할 경우 치질이나 심각한 항문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명절음식으로 인한 변비·배탈, ‘치열’ ‘치루’로 악화

육류나 전 등 명절음식은 기름지고 수분이 적어 변을 딱딱하게 만들고 변비를 유발하기 쉽다. 변이 딱딱해지면 대장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크고 딱딱해진 변이 장 내 오래 머물러 변비가 생기게 된다. 딱딱한 변 때문에 복부에 힘을 많이 주면 항문에 상처가 나거나 찢어지고 피가 나는 ‘치열’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고(高)콜레스테롤 음식은 소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배탈이 나기 쉽다. 일반적으로 항문질환의 원인을 변비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배탈로 나타나는 설사 역시 치질의 원인이 된다. 설사에 포함된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이 항문과 항문 점막을 손상시켜 치열을 유발하기 때문.

잦은 배탈은 ‘치루(항문주변의 농양이나 항문선의 염증으로 고름이 배출되는 증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남성의 경우 괄약근이 튼튼하고 항문샘이 깊어 항문 안쪽에 남은 묽은 변이 염증을 일으켜 농양이 쉽게 생길 수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

메디힐병원 민상진 원장은 “변비가 지속되면 변이 딱딱해져 배변 시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로 진행될 수 있어 연휴 후 배변 횟수가 주 3회 이하라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닌 변비를 의심하고 만성변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며 “치열 초기 단계에 변비를 개선하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거리 운전으로 항문압 증가, 치핵 발생위험 ↑

꽉 막힌 도로에서의 장거리 운전은 치질 환자에게 고문처럼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귀경길 운전 시에는 화장실에 제대로 가지 못해 단순 변비가 치질로 악화되기도 한다.

장거리 운전으로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상복부의 압력이 항문 부위에 전달돼 항문 주변 모세혈관에 혈액순환장애가 발생한다. 혈액순환장애로 혈류가 정체되면 골반 쪽 정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통증이나 탈항 등의 증상을 보이는 ‘치핵’이 나타날 수 있다.

치핵은 배변 시 대변이 부드럽게 잘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 쿠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치핵이 나타나면 항문 주위가 가렵고 배변 시 통증은 물론 항문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지게 된다.

민상진 원장은 “치핵이 발생해 항문 위생 상태가 불량해지고 항문 주름에 분비물이 남으면 항문 소양증 등 2차 항문질환으로 이어져 배변 후 변기나 대변, 화장지 등에 피가 묻어 나온다면 질환을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며 “치핵 1도~2도 초기에는 규칙적인 온수 좌욕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데 좌욕을 할 때는 일반 샤워기를 이용해 물살이 세지 않게 조정한 후 자신의 체온과 비슷한 37~38℃의 온도로 항문 주변을 마사지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좌욕습관으로 예방가능, 치질 3·4기는 수술 불가피 

치질은 증상에 따라 총 4기로 나뉜다. 1기에는 배변 시 피가 묻어나는 증상이 나타나고, 배변 시 혹 같은 치핵이 튀어나왔다가 저절로 항문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반복되는 상태가 2기다. 하지만 배변 후 돌출되는 혹 같은 몽우리가 없어도 항문이 묵직하거나 변을 덜 본 느낌이 심해진다면 치질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질 증상 초기 단계인 1, 2기 단계에서는 수술 없이 식이요법, 변 완화제 사용, 좌욕 등 배변습관 교정을 통해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치핵을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인 3기나 치핵을 손으로 넣어도 다시 나오거나 아예 들어가지 않는 상태인 4기가 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치질 질환 관리와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좌욕의 생활화다. 대변을 본 후 5~10분 동안 좌욕을 꾸준히 하면 항문 근육을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변비와 치질증상이 완화된다. 좌욕을 꾸준히 하는데도 배변 후 출혈이 잦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민상진 원장은 “치질 증상을 방치하여 증세가 악화되면 가려움을 호소하는 항문소양증 등으로 이어지고 만성적인 출혈로 인한 빈혈이나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어 수술로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며 “요즘에는 수술 후 통증이 타 수술방법에 비해 현저히 적은 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근본절제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 크게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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