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균주 출처논란, 공개토론으로 해결하자”
“보톡스균주 출처논란, 공개토론으로 해결하자”
  • 이의갑 기자 (medigab@k-health.com)
  • 승인 2016.10.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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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

보톨리눔톡신(botulinum toxin, 이하 보톡스)균주의 발견장소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세계적으로 보톡스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보톡스’라는 상품명을 일반화시킨 엘러간사를 비롯해 모두 7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중 3개 업체가 국내기업일 만큼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선두업체인 메디톡스를 시작으로 대웅제약, 휴젤 등이 보톡스제품을 개발해 시판중이다.

보톡스균주 논란의 시발점은 발견장소, 즉 출처가 어디인가로부터 시작됐다. 대웅제약은 2010년 연구소가 있는 용인시 처인구 마구간에서, 휴젤은 2009년 썩은 통조림에서 보톡스균주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가 보톡스균주의 발견장소와 추출과정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논란이 점화된 것. 영업이익이 무려 5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보톡스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균주 출처논란이 불붙게 된 것이다. 이에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향후 대웅제약과 휴젤의 입장도 지상 중계할 예정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대웅제약과 휴젤은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 소비자불신을 없애야한다”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마케팅에 돌입해야하는 시점에서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자칫 국가적인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톡스균을 전공한 학자, 의사 등 전문가그룹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3사 모두 공개검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정현호 대표는 보톨리눔톡신(이하 보톡스) 연구로 학위를 받은 국내 1호 박사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2000년 5월 보툴리눔독소를 이용한 바이오의약품 연구, 개발, 제조,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엔디소스를 설립했고 같은 해 7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5일 기준 메디톡스의 시가총액은 2조7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다음은 정현호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보톡스를 개발한 국내 3사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시점에서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경우 자칫 국가 망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공개토론회를 통해 각 사별로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자”고 제안했다.

- 문제제기의 발단은 무엇인가.

부디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단순히 경쟁사에게 시비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 사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시점에서 보톡스균주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을 경우 자칫 국가망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보톡스는 흔히 피부주름치료제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시(사팔뜨기)는 물론 안검경련(눈꺼풀 떨림),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斜頸) 등 신경근육질환, 겨드랑이나 손발의 국소다한증, 편두통이나 만성통증, 뇌졸중재활치료, 치열 등 다양한 질환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만일 보톡스에 대한 소비자불신이 커지게 되면 이처럼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보톡스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 보톡스는 어떤 균인가.

보톡스균은 토양에서 살고 있는 박테리아로 이 균이 신경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소를 만들어낸다. 성인치사량이 1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해 단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하면서도 강력한 독소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생화학무기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각종 질환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피부미용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 보톡스균이 토양박테리아라면 대웅제약이 밝힌 대로 마구간에 있는 흙에서 이를 발견하는 것도 가능한 일 아닌가.

물론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톨리눔톡신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단언컨대 이는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기존에 발표된 모든 논문은 발병지역이나 발병환자를 통해서만 보톡스균이 발견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먼저 용인시 포곡면은 발병지역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균이 나올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발병지역이 아닌데도 치사량이 1마이크로그램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한 고위험성균주인 보톡스균이 나왔다면 이는 당연히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했어야한다.

게다가 축사와 같은 자연상태에서의 보톡스균주 발견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균주가 엘러간사와 우리 회사의 보유균주와 동일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흙을 채집해 보관 후 보톡스균을 분리했다는데 어떤 방법으로 보톡스균이라는 것을 확인했는지 궁금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흙에 있는 수많은 토양미생물균을 걸러내면서 좁혀나가는 과정이 있어야하는데 이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다.

- 휴젤은 부패된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9세기 초 최초로 보톡스균주를 발견한 독일의사 유스티누스 케르너도 썩었거나 보관이 제대로 안 된 소시지나 통조림에서 발견했다.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닌가?

이건 사실 더 큰 문제다. 당시에는 통조림제조공정이 발전하기 않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통조림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엄격한 시설기준 아래서 제품을 출시해야하기 때문에 거의 확률이 없는 얘기다.

휴젤은 상업용 제품에서 발견했다고 하는데 만일 통조림에서 법정1급감염균인 보톡스가 발견됐다면 이는 국민건강에 직접적인 위해사항이기 때문에 즉시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통조림을 생산한 회사와 제품명을 밝힌 후 시급히 후속조치를 했어야했다.

- 그렇다면 메디톡스균주의 기원은 어디인가.

메디톡스는 196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수학한 카이스트 양규환 교수가 국내에 처음 들여온 보툴리눔톡신A형 홀(Hall) 균주로 제가 제품화기술을 개발해 보툴리눔톡신제제(메디톡신)로 상품화했다. 양 교수는 위스콘신대학에서 보툴리눔톡신의 분리정제방법과 특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1979년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할 때 연구목적으로 보툴리눔톡신A형 홀 균주뿐 아니라 여러 가지 유형의 보툴리눔균체를 함께 들여왔다.

당시는 지금처럼 생화학무기법이 만들어져 국가 간 이동이나 거래가 엄격하게 규제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구자가 귀국할 때 자신의 소재를 가져와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관행이었다. 영국이나 중국에서 상품화된 제제가 나오게 된 것도 모두 당시에는 균주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향후 계획은.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일은 국민신뢰 확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제품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기존에 각 사별로 내용증명서신을 통해 공개적으로 토론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제안하지만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통해 각 사의 보톡스균주 기원을 밝힘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는 한편 보다 떳떳하고 공정하게 경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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