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변비’, 저(低)탄수화물 고(高)지방식단 때문?
공공의 적 ‘변비’, 저(低)탄수화물 고(高)지방식단 때문?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6.10.1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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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급격히 줄이면 수분, 식이섬유섭취 감소해 변비 일으켜

#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량을 늘리는 식단이 오히려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친구들 말에 지방을 평소보다 2배 이상 섭취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변비가 심해져 변을 보고 나면 출혈이 나타나기도 해요.” - 대학원생 정 모씨(27)씨

#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식이요법을 변경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며칠 전부터 어지러운 것은 물론, 아랫배가 딱딱해져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졌어요.” - 직장인 현 모씨(31)

최근 많은 사람들의 통념을 일순간에 깬 식사법이 화제가 됐다.

식사의 50% 이상을 지방으로 섭취하는 대신 탄수화물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일명 ‘저탄수화물 고지방(Low Carbohydrate High Fat)’ 다이어트 식단.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 가지 영양소의 비중을 최소화하는 식단은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극단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평소 항문 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무리하게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일 경우 최소한의 대변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과 변비 예방법을 알아봤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의 다이어트식단은 일시적인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수분과 식이섬유 등 장내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영양소가 급격히 줄어 변비로 이어진다. 변비가 만성화되면 치핵, 치열 등의 항문질환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의 필수영양소를 고루 포함된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 섭취 극도로 제한, 소변량·변비 발생위험 ↑

탄수화물 섭취량이 갑자기 줄어들면 우리 몸은 일차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대신 몸 속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대체 에너지로 이용한다.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량이 하루 100g 이하로 줄어들면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케톤이라는 대사성 물질이 생겨나고 소변량이 과다하게 증가한다. 소변량이 늘어 체내 수분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수분이 적은 딱딱한 변이 만들어져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만일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실천하는 중 일주일에 2회 이하로 변을 보거나 변이 딱딱하게 굳어 배변 시 통증과 잔변감이 나타난다면 변비를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변비로 진행돼 항문이 밖으로 빠지는 치핵이나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일 경우 최소한의 대변이 형성되지 않고 장의 연동운동이 느려져 대변이 몸 속에 오래 머무르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을 보기 더욱 힘들어지는 변비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메디힐병원 민상진 원장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은 체중 감량을 위해 특정 영양소를 극도로 줄이는 것이 아닌 씹었을 때 부드럽고 단맛이 느껴지는 밀가루, 과자, 설탕 등의 ‘단순당’ 섭취량을 줄이고 트랜스지방이 아닌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는 것”이라며 “탄수화물 섭취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은 단기적으로 체중감량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일 뿐 영양 불균형, 변비, 우울증, 소화기 질환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양소비율 균형있게, 수분·식이섬유 충분히 섭취해야

탄수화물에서 섭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식이섬유소다. 식이섬유소는 장에 낀 노폐물을 흡착해 대변과 함께 배출하고 수분을 흡수해 대변의 양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성인의 경우 하루에 20~30g 정도 충분히 섭취하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탄수화물을 적게 먹으면 자연스레 식이섬유와 미네랄, 수분 섭취량이 줄어든다. 만일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하게 되더라도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하루에 1.5~2ℓ의 수분을 충분하게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수분 보충을 위해 물 대신 커피나 탄산음료를 마시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오히려 몸에 있는 수분까지 배출돼 순수한 물을 틈틈이 마셔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식후나 식사 중간보다는 식사하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식사 후에 차가운 물을 갑자기 많이 마셔 설사가 생기면 설사에 포함된 분해되지 않은 소화액이 항문과 항문점막을 손상시켜 오히려 항문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상진 원장은 “무리한 다이어트 식단으로 변비가 생겨 장 안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면 지방으로 변해 오히려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진행하더라도 탄수화물 50%, 단백질 20%, 지방 30%의 3대 영양소 비율을 맞추고 장내 환경을 개선해 배변활동이 원활하도록 도와주는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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