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변의 원인, 단순 ‘치질’ 때문일까?
혈변의 원인, 단순 ‘치질’ 때문일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6.12.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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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변환자 10명 중 1명 대장암 또는 진해성 대장용종”

# 2년 전부터 대변을 보고 나면 간간이 출혈이 있었던 김동길(남, 59세, 가명)씨. 단순 치질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내왔지만 최근 들어 출혈이 잦아지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은 김 씨. 그는 ‘대장암’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대장암 초기로 진단돼 간단한 복강경 대장절제술로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만일 항문출혈이 없었다면 대장암이 꽤 진행된 후에 발견돼 수술조차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혈변은 치핵 외에도 대장용종, 대장암 등의 원인증상일 수 있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진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검사 통해 혈변의 진짜 원인 찾아야

보통 혈변을 보게 되면 가장 먼저 의심되는 질병이 ‘치핵(치질의 정확한 진단명)’이다. 하지만 혈변은 치핵 등의 단순항문질환 외에도 대장암, 대장용종, 염증성장질환 등 무수히 많은 질환들의 원인증상일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출혈의 진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변이 있어 대장내시경을 시행한 3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절반 이상인 68%가 치핵을 가지고 있었지만 29%에서는 대장용종(colon polyp)이 동반됐으며 대장암 또는 진행성 대장용종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10%에 달했다. 또 50세 미만의 젊은 혈변환자 중 5%가 대장암으로 진단됐으며 23%에서는 선종(양성종양)이 발견됐다.

▲40세 이상 중장년층·고위험군 대장내시경검사 필요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점막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대장선종(용종)이 먼저 발생하고 이것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드물게 정상조직에서 바로 대장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치핵이나 혈변이 있다고 해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0세 이상을 기준으로 체중감소, 배변습관 변화, 혈변과 빈혈을 동반한 경우,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의 위험요소가 있다면 선별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는 “치핵이 대장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혈변의 원인이 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있어도 추가검사 없이 치핵 때문으로 오인하는 것은 문제”라며 “모든 치핵환자에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은 무의미 하지만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환자나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치핵 치료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사람이 혈변을 본다면 단순 항문질환인 치핵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특히 4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과거에 없었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 설사 및 평소와 다른 배변습관을 보이고 혈변, 점액변, 잔변감, 복통, 복부팽만, 체중감소,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봐야한다.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 징후인 변비나 설사가 지속되면서 치핵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복강경·로봇수술로 통증·흉터 최소화

대장점막에 국한된 조기대장암은 대장내시경을 통한 절제가 가능하며 점막하층 이상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대장절제수술이 필요하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절제범위를 결정해 대부분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통해 진행한다. 실제 최근에는 수술방법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80% 정도에 이른다. 최소 절개한 후 수술이 이뤄지므로 통증과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김범규 교수는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선종(용종)이 자라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45~50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대장선종 여부를 확인하고 선종이 있는 경우에는 내시경이나 수술을 통해 제거해야 대장암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내시경은 비교적 안전한 검사이며 최근 전처치를 위해 복용하는 하제도 과거에 비해 복용하기 편해졌고 양도 적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증가한 만큼 평소 대장암 정기검진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치핵이나 혈변이 발생할 경우 그 원인을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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