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의 사랑에서 ‘희망’을 엿보다
50대 부부의 사랑에서 ‘희망’을 엿보다
  • 헬스경향 일산무지개성모안과 동은영 원장
  • 승인 2016.12.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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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듣기만 해도 참 가슴 따뜻해지는 단어다. 사랑에는 종류가 많다.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열정적인 사랑이 있는가 하면 숨쉬는 공기처럼 늘 있는 듯 없는 듯 일생을 함께 하며 지키는 잔잔한 사랑도 있다. 전자는 주로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며 후자는 오랜 부부의 사랑인 경우가 많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느 50대 부부를 통해 필자가 느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동은영 일산무지개성모안과 원장

아주머니는 10여년 전 젊은 나이에 중풍으로 반신마비가 돼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했다. 아주머니 혼자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어 늘 아저씨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아주머니는 안면마비도 있어 표정이 편안하지 않았지만 올 때마다 늘 웃고 계셨다. 두 분은 늘 티격태격 하는데 젊은이들의 사랑싸움처럼 정겨움이 느껴졌다.

진료실 의자에 앉을 때도 아저씨가 허리춤을 잡고 옮겨드리며 한마디 하시면 아주머니는 “내가 알아서 잘해”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진단을 해보니 아주머니는 백내장이 꽤 진행돼 수술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곧 딸의 결혼식이 있어 그전에 수술해 결혼식을 잘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이처럼 마비가 있는 환자는 수술대 위에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신마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두 분은 비용 등의 문제로 대학병원에 가기를 거부하고 꼭 필자의 안과에서 수술하기를 원했다. 아마 다른 분이었다면 필자는 사정을 설명하고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을 것이다.

수술은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 아주머니의 몸이 계속 왼쪽으로 틀어져 수술하는 동안 자주 내 목소리가 높아졌고 계속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수술해야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집도의는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사실 이런 행동은 수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환자만 긴장시키게 된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양안 모두 무사히 수술을 마쳤고 1.0의 시력을 회복했다. 몸은 불편해도 눈은 보통사람보다 더 좋은 상태가 된 것이다. 부부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게 된 것에 감사했다. 아주머니는 조금씩 몸을 가누는 정도도 좋아져 지팡이를 짚고 몇 걸음씩 발을 내디딜 수 있을 상태가 됐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절망을 맛본다. 그것은 건강문제나 경제적문제일 수도 있고 애정문제일 수도 있다. 절망의 순간에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있게 마련이고 다시는 희망이 없을 것 같지만 살다 보면 다시 소소한 일상에 웃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순간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고비를 넘기면서 살아갈 수 있나 보다.

이 부부도 그런 절망의 시기를 지나 이제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부부의 삶이 아직은 힘겨워도 지치지 말기를, 또 더 세월이 흐른 후 서로가 헌신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았음에 감사하며 지난난을 기쁘게 추억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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