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자 하는 희망이 주는 ‘치유’의 힘
살고자 하는 희망이 주는 ‘치유’의 힘
  • 헬스경향 일산무지개성모안과 동은영 원장
  • 승인 2017.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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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씨(가명)는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24세의 청년이다. 누나에게서 골수이식을 받았는데 합병증으로 인해 각막에 자주 염증이 생겨 필자에게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미 고교 때부터 병이 시작돼 학교도 중퇴했다고 한다.

눈이 매우 건조하면 각막에 실 모양의 필라멘트라는 것이 생기는데 이물감이 매우 심하다. 동민 씨는 눈이 불편할 때마다 병원에 방문했고 필자는 치료용 렌즈를 끼워줬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전신상태는 악화됐다. 이식편대 숙주반응(이식한 장기나 골수가 이식받은 숙주를 공격하는 것)으로 폐섬유화가 진행돼 점차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동은영 일산무지개성모안과 원장

동민 씨의 아버지 역시 필자에게 진료를 받고 백내장수술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아버지가 비장절제수술 후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평소 신부전이 있고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큰 수술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소식을 들은 날 동민 씨에게 어머니를 봐서라도 용기를 잃지 말고 병을 이겨내라고 격려했다. 그는 아버지 몫까지 살겠노라고 다짐했는데 의지가 결연해 보였다.

운명은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린 나이에 고통을 겪고 있는 그를 보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금방 꺼져버릴 촛불처럼 위태해 보였다.

동민 씨를 진료실에서 만날 때마다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환자의 이야기들, 말기암판정을 받고도 완전히 회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려주면서 용기를 줬다. 그는 필자의 진심 어린 조언에 큰 힘을 얻고 희망을 갖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는 필자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동민 씨는 얼마 전 기다리던 폐이식을 받고 빠르게 회복 중이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큰 수술을 마친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찼다. 그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대단했다. 앞으로의 희망과 그로 인한 삶의 의지가 치유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의사는 소중한 생명의 불꽃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수단이 비단 약물과 수술만은 아닐 것이다. 환자에게 희망을 갖도록 진심으로 격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필자는 비록 동민 씨의 질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안과의사라서 처방도 수술도 해줄 수 없던 위치였지만 희망을 갖도록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 그가 완전히 건강을 회복해 활기차게 사회생활하는 것을 상상하면 더할 바 없이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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