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잡는다
‘설마’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잡는다
  • 헬스경향 캐비어동물메디컬센터 임종환 원장
  • 승인 2017.01.0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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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병원에 있다 보면 이 말이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다쳐 동물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사례는 각막, 즉 눈의 검은자위에 화상을 입고 병원을 찾았던 시츄였습니다. 불을 가까이할 일이 별로 없는 강아지가 각막에 화상을 입는다는 일 자체가 흔치 않지만 이 반려견이 화상을 입은 이유는 독특했습니다.

임종환 캐비어동물메디컬센터 원장

보호자가 거실에서 프라이팬을 달궈 삼겹살을 굽고 있었고 식탐이 강했던 반려견이 프라이팬을 향해 달려들면서 달궈진 프라이팬에 각막이 화상을 입은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 3주간의 치료 후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뒷다리 골절로 내원했던 3살 고양이였습니다. 이 경우 보호자가 아침에 집을 비울 때 집정리가 잘 안 돼 있어 높은 펜스에 고양이를 가두고 나갔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답답했던 고양이가 펜스를 뛰어 넘으면서 그만 뒷다리가 걸려버린 것입니다.

펜스에 뒷다리만 걸린 채 매달려있던 고양이는 보호자가 올 때까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고 그 과정에서 골절이 발생했습니다. 골절된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 개방골절상태였던 고양이는 손상이 너무 심해 안타깝게도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 번째 사례 역시 골절상을 입은 포메라니안이었습니다. 강아지가 다치게 된 행동은 사실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라고 보기에 어려웠고 주변환경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퇴근 후 집에 오자 너무 좋았던 강아지가 보호자 주위를 계속 뛰면서 맴돌다가 양쪽 앞다리가 소파와 바닥틈새로 밀려 들어가게 됐습니다. 별로 좁은 틈새도 아니었고 깊이 끼어있는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조심스럽게 발을 뒤로 뺀 후 일어났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그 자세에서 그대로 위로 일어나버렸고 지렛대의 원리처럼 소파와 바닥 사이에 있던 양 앞다리가 골절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똑 부러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골절부위가 깨끗해 수술 후 완치됐습니다.

이 세 가지 사례 외에도 뛰어놀다가 빨랫대를 쓰러뜨려 골절된 경우, 옥상에서 뛰어놀다가 벽에 부딪쳐 뇌진탕이 온 경우, 깨진 과일주를 핥아 먹고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온 경우 등 ‘설마 이런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되는 일로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이 무수히 많습니다.

사람은 주변의 물건이 어떤 물건이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에게는 그저 ‘환경’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겪어보기 전까지는 위험성을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독자에게 다소 거슬릴 수도 있는 내용으로 글을 쓰게 된 것은 가능한 한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두는 경우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있을 때도 자녀를 돌보듯이 주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면 CCTV 같은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살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반려동물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2~3살 정도의 어린아이와 같아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반려동물 역시 우리에게 그것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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