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료는 결국 동물학대입니다”
“자가진료는 결국 동물학대입니다”
  • 헬스경향 VIP동물의료센터 최이돈 원장
  • 승인 2017.01.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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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1일부터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를 금지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의 효력이 발효된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보다는 애완동물이라고 불리며 단순히 사람의 소유물 정도라는 인식이 컸던 1994년에는 동물의 자가진료를 전면 허용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즉 주인이 직접 반려동물을 치료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필자는 그해 수의과대학에 진학해 수의사가 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던 때다. 어처구니 없는 법이 통과되자 많은 교수와 선배들이 탄식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하지만 철 없던 그때의 필자는 ‘내가 키우는 동물을 내가 치료하는 것이 뭐가 어떻다고 저렇게 비분강개하는 것일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동물을 단순히 좋아하기는 했어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많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아마도 동물을 키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22년 전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지금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올해로 수의사생활 18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자기소유의 동물일지라도 의학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 약을 구입해 주사하고 마취시키며 심지어 외과수술까지 해도 무방하다는 동물 자가진료허용법에 대해서는 한없는 거부감이 든다.

백신쇼크, 항생제 오남용, 알레르기약물 투약, 약 용량조절 실패, 종간 차이에 따른 약물부작용 등 자가진료에 따른 사고는 셀 수 없이 많다.

지난해 5월 방영된 SBS 동물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의 ‘강아지공장’ 편을 보면 이런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실제로 이번 법개정에 불씨를 당긴 사건이 이 프로그램이었다. 열악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번식장의 실태를 보면서 동물을 키우는 사람뿐 아니라 온 국민이 ‘자가진료는 결국 동물학대’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동물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보면 그 나라 국민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최소한 반려동물 자가진료가 금지된 이번 조치는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의식수준 향상과 함께 동물복지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정부는 2020년이면 지금보다 반려동물시장이 3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몇 가지 부분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가 곧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진 만큼 앞으로도 반려동물 분야에 발전적인 변화가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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