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깜빡깜빡’ 한다 싶을 때 정확한 진단·치료 이뤄져야
자꾸 ‘깜빡깜빡’ 한다 싶을 때 정확한 진단·치료 이뤄져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7.01.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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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전 단계 ‘경도인지장애’부터 치료해야 치매 진행 늦춘다”

# 가정주부 김 모 씨(75·여)는 몇 년 전부터 유독 뭐든지 까먹는 경우가 많았다. 심할 때는 남편이나 아들, 딸들의 전화번호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나이 탓이거니’ 하며 예사롭게 넘겼지만 급기야 2년 전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발생했다. 가족들은 결국 김 씨와 함께 병원을 찾았고 ‘치매’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 씨는 이미 가족들의 얼굴을 몰라볼 정도의 중증도 치매에 접어들어 서둘러 치매진행을 늦추는 약물치료를 시행할 계획이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나타날 때 치료 시작해야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노년기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 여기에 가장 큰 가로막이 되는 것이 바로 ‘치매’다. 특히 전문가들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일 때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치매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 가천대 길병원이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치매환자 9만7102명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검사, 우울척도검사, 일상생활동작검사, 신경학적 검사, 혈액검사 및 뇌 자기공명촬영, 신경심리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이 중 14%인 1만3470명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됐다.

보건복지부 통계결과로는 65세 이상 인구의 2012년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이 27.8%로 전체 노인 인구의 1/4을 넘었다. 실제 진료실을 오지 않더라도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연병길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은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로 사고력 대부분이 정상이지만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최선의 조치는 치매로 발전하기 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빨리 진단하고 항치매약물 등을 통해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노령증상과 구분 어려워, 가족의 세심한 관심 필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는 쉽게 말해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다. 치매에 비해서는 판단력, 지각능력, 추리능력, 일상생활 능력 등이 대부분 정상이지만 단순한 건망증에 비하면 더 많이 잊어버리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이현 교수(신경과)는 “경도인지장애의 주요 증상은 방금 있었던 일이나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이라며 “이전에는 스스럼없이 하던 일도 잘 못하고 계산 실수가 잦아지는 것 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 중 매년 10~15%씩 치매로 진행됐으며 6년간 약 80%의 환자가 치매로 발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활동영역에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단순한 건망증인지 경도인지장애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따라서 경도인지장애의 대표증상들을 정확히 숙지해야하며 특히 행동변화에 대한 주변 가족의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이 이뤄질 때 역시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자세한 인터뷰가 중요자료가 된다. 검사를 통한 환자상태와 가족들의 인터뷰 등을 모두 종합해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다.

가천대 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강재명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이용한 뇌영상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찾는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뇌기능 영상을 볼 경우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로의 발전 가능 여부를 어느 정도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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