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불청객,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①
숨어있는 불청객,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①
  • 헬스경향 이진수동물병원 이진수 원장
  • 승인 2017.01.16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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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를 처음 들어보는 보호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 존재는 분명 알고 있어도 실체에 대해선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으리라 짐작된다.

이렇게 관심과 주목을 못 받는 이유는 ‘아마 감염 가능성이 낮아 우리 아이는 안전할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생각을 기초로 한다. 또 하나.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잠복감염(임상증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고양이 체내에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경우)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라 감염됐어도 외형적으로는 건강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복감염 상태에서 외적인 스트레스나 약물에 의해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나면 임상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고양이 연령에 상관없이 숨어있는 불청객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최근 국내 통계에 따르면 뱍혈병바이러스는 국내 길고양이의 12%정도에서 유병률(전체 길고양이 집단에서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체 수의 분율)을 갖는다. 다시 말해 10마리 중 한 마리 이상은 백혈병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얘기다. 정확한 통계처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국내 길고양이의 백혈병바이러스 유병률은 2.5% 정도다. 100마리 중에 3마리에서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어린 고양이에서 흔한 고양이허피스바이러스 유병률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일반적으로 허피스바이러스 감염은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지만 백혈병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이차적인 악성종양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유전적인 소인으로 혹은 나이가 들어서 혹은 술, 담배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악성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특히 국내에서는 ‘고양이가 나를 찾아와 기르게 된 경우가 많기에 국내 길고양이에 대한 백혈병바이러스 유병률을 무시할 수 없으며 오히려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자, 그럼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먼저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 집으로 들이기 전, 기초접종을 받기 전, 그리고 가출한 고양이를 다시 찾게 됐을 경우에는 백혈병바이러스 감염여부를 검사 받아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키트검사로 간단히 진행할 수 있으며 특히 이미 집에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던 경우라면 반드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는 침을 통해 전파되며 특히 같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공유하는 경우라면 충분히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성을 무시한 채 검사 없이 집으로 들이고 바로 다른 고양이들과 스스럼 없이 지내게 한다면 집안 모든 개체에서 백혈병바이러스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어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는 보호자는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한편 검사결과 ‘음성’으로 나왔더라도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잠복기(바이러스 감염 초기 아직 바이러스의 수가 충분치 않아 임상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시기)를 감안해 두 달 후에 재검사를 받아야 하며 재검사 전까지는 다른 고양이들과 격리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두 달 사이 2회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라면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 감염을 배제할 수 있고 다른 고양이들과도 같이 지낼 수 있다.

두 달 간의 격리기간이 길 수도 있지만 전염병 평가를 위해서뿐 아니라 지난 칼럼(2016년 5월 2일자 칼럼)에서 강조한 영역동물로서의 고양이를 생각한다면 격리의 의미를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 감염을 좀 더 의심해야 하는 경우와 고양이백혈병바이러스가 확인된 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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