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환자에게 ‘코피’는 중풍위험신호
고혈압환자에게 ‘코피’는 중풍위험신호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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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는 흔히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다. 코를 심하게 후비거나 비염이 있어도 쉽게 코피가 난다. 공부를 좀 한다는 학생의 학창시절 코피는 훈장처럼 여겨졌다. 코피는 어릴 적 친구와 주먹다툼을 할 때도 승패를 결정짓는 주된 판가름이었다. 하지만 결코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코피가 있다. 바로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코피다.

코피의 원인은 코 점막 안에 있는 혈관파열이다. 코 점막에는 크고 작은 혈관과 모세혈관이 모여 있다. 특히 코를 양쪽으로 구분하는 물렁뼈 부위와 콧볼 부위에는 아래, 위, 뒤에서 모여든 혈관이 자잘하게 연결돼 있다. 이 부위를 키셀바흐(Kisselbach)영역 혹은 little’s area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쉽게 출혈이 일어난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코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코를 후비는 것이다. 잠을 자면서도 무의식중에 코를 후비는 아이들이 많다.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이 있어도 코를 많이 만지게 된다. 비염에 사용하는 스프레이제제도 코 점막을 약화시켜 출혈을 유발한다. 건조한 날씨, 종양이나 응고장애, 약물 등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체질적으로 보면 열감을 많이 느끼고 상기가 되는 경우 코피가 잦다. 한의학에서는 이 경우를 ‘혈열망행(血熱妄行)한다’고 했다. 혈액의 기운이 뜨거워 미친 듯이 날뛴다는 말이다. 고열이나 만성피로에 의한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중요한 것은 코피는 혈관 내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진다는 점이다. 코에 분포돼 있는 작은 혈관들은 압력을 조절하는 밸브역할을 한다. 안구혈관도 비슷하다. 코나 안구의 혈관이 뇌혈관보다 탄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만일 기계적인 압력이 없었는데도 코피가 자주 나는 성인의 경우 뇌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 고혈압과 함께 뇌동맥류기형이 있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필자를 방문한 환자 중 코피가 잦고 출혈량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환자는 평소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지 못했지만 병원에 올 당시 160/100mmHg로 무척 높았다. 이는 중풍을 경험한 것과 같은 상황으로 결국 코피가 중풍을 예방해 준 것이다. 고혈압환자의 코피는 억지로 지혈시키지 말고 저절로 멎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잘못된 지혈법 중 하나는 고개를 뒤로 지나치게 젖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지혈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응고된 혈액이 기도를 막을 수 있고 혈액이 열린 기도로 흘러들어가 흡입성폐렴을 유발할 수도 있다.

코피가 나면 눕지 말고 앉아 있는 것이 좋은데 코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해야 지혈이 쉽다. 턱은 살짝 들어주는 정도로 해서 코피를 앞으로 흘러나오게 한다. 이런 상태로 5~10분이면 대부분 저절로 지혈이 된다.

만일 코피의 양이 많거나 자연적인 지혈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거즈 등으로 가볍게 막거나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눌러도 좋다. 뒷덜미를 얼음팩으로 시원하게 해주면 대부분 지혈된다. 10분 정도 지나도 지혈이 안 되거나 반복되는 경우는 병원을 찾아야한다.

인터넷을 보면 코피가 났을 때 가운데 손가락 첫째마디에 고무줄을 묶으면 바로 지혈이 된다는 내용이 있다. 수지침에서 해당 부위가 사람의 두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고 있다. 첫째마디 부분은 목에 해당하는데 그곳에 고무줄을 감는다고 경동맥이 압박받는 느낌은 없다. 이 방법은 정확한 임상적인 연구결과가 없는 플라시보로 여겨진다.

코피는 간혹 심각한 질환을 예견하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고혈압환자가 혈압조절이 잘 안 되면서 코피가 자주 난다면 철저한 혈압관리와 함께 반드시 뇌혈관검사를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에게 코피는 중풍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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