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마취 사고에 무방비 노출
당신이 잠든 사이…마취 사고에 무방비 노출
  • 이창열 기자 (karmawin8199@k-health.com)
  • 승인 2017.01.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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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마취사고 안전불감증 심각…국민건강 위협
ㆍ2013년 일반 의사 시행 마취건수 27만3천여건

#인천에 살았던 A(당시 26세·여)씨는 2010년 2월 서울 강남 신사동에 있는 B성형외과의원에서 ‘비절개신경차단술(일명 종아리축소술)을 받고 사망했다. 국과수 부검결과 A씨가 마취약물에 대한 이상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고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17세로 건장한 체격이었던 C군은 개방형발목골절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C군 가족은 병원을 상대로 마취시술의 적정성여부를 따지는 소송을 제기했다.

마취사고는 불특정다수에게 불시에 일어날 수 있다. 마취사고는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힌다. 사망이 아니면 뇌사상태에 빠진다. 합병증도 심각하다. 마취사고는 크든 작든 수술의 경중을 따지지도 않는다. 마취사고에 예방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마취 관련 조정신청건수는 모두 19건이었다. 진료과별로는 정형외과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마취통증의학과와 내과가 3건씩으로 뒤를 이었다. 의료기관 종별로 보면 의원에서 일어나는 마취사고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 강태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환자들이 마취사고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며 “마취 관련 의료사고는 빙산의 일각으로 알려진 것보다 최소한 10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취는 수술 전 마취약을 주사하는 단순한 의료기법에 그치지 않는다. 마취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후 환자가 완전히 깨어날 때까지 환자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전 과정이다.

마취의사가 수술 전 환자를 관찰해 어떤 마취법을 선택할 것인지, 무슨 마취약을 써야 환자가 안전할지 판단하는 것부터 수술은 시작된다. 환자가 수술 후 회복실로 옮겨져 의식이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세밀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몫이다.

마취사고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비전문가의 무분별한 마취시술을 꼽을 수 있다. 또 마취약물에 쇼크를 일으키는 체질의 문제일 수도 있고 측정장비의 오작동도 마취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마취는 신생아에서 90세 이상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동반질환의 특성과 관련된 생리학, 병리학, 통증관리, 호흡관리에 관한 고도의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에 의해 시행된 마취건수는 27만3006건으로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3만6008건은 전신마취였으며 14만3134건은 부분마취였다. 주로 개인병원과 병상 수 100개 이하인 병·의원에서 시행됐다. 수술환자 1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마취 비전문가에게 몸을 맡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일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은 “마취분야의 특성상 일정수준을 갖춘 전문인력이 시행하지 않으면 수술·시술 중 심각한 사고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전신마취의 경우 마취과 선생이 마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분마취나 정맥마취의 경우 원장 자신이 직접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비마취과 전문의의 마취시술은 현행 의료법상 불법은 아니다.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라면 누구나 마취를 할 수 있다. 물론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면 수가를 인정해 주고 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출장마취비용은 보통 2시간에 3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1시간 연장될 때마다 5만원 정도 추가된다.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을 위해 전속으로 마취과 전문의를 두지 않고 출장전문의를 찾는다. 특히 규모가 작은 의원급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를 아끼기 위해 전신마취가 아니면 좀처럼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지 않고 직접 마취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출장마취과의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수입을 위해 한 병의원에 오래 머물지 않고 여러 곳을 순회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후 환자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마취의사가 관리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용목적의 성형을 고려하고 있다면 성형외과를 선택할 때 반드시 꼼꼼히 따져봐야한다. 우선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지 물어야한다. 또 전신마취환자의 호흡상태를 계속 모니터하는 장비인 산소포화도측정 장비와 이산화탄소포화도 장비를 구비해 놓고 있는지도 확인해야한다.

병원이 마취 후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하는 이유, 바로 자신의 목숨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헬스경향 이창열 기자 karmawin8199@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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