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치료 복제약, 믿을만한가?
간염치료 복제약, 믿을만한가?
  •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승인 2017.01.2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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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複製)는 원래의 것과 똑같은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을 말한다. 이는 사물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생명체를 다루는 의학영역에서의 복제는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거나 늙지 않고 영생을 얻을 수도 있어 인류 최대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1996년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포유동물복제를 성공해 새끼 양 돌리(Dolly)를 탄생시켰다. 동물복제의 성공은 인간복제실험으로 이어지며 신의 영역인 생명창조에 대한 종교적·윤리적 논쟁에 부딪쳤다. 현재는 인간복제보다 치료목적에 국한된 줄기세포연구만 허용되고 있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줄기세포가 아니라도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복제의약품은 이미 존재한다.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세포, 조직, 호르몬 등을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시밀러와는 달리 화학합성의약품의 경우 오리지널약의 화학식만 알면 쉽게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오리지널약의 법적 권한이 소멸하면 어느 제약회사든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유효성분의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제네릭(generic)이라고도 한다.

올해 국내 특허만료의약품은 3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출시경쟁이 예상된다. 당뇨병, 고혈압, 치매뿐 아니라 B형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도 해당대상이다.

비리어드는 연매출 1400억원이상으로 단일약제로는 국내 최대규모다. 반면 지난 10년간 B형간염치료제의 선두주자였던 바라크루드는 이미 2015년 특허가 만료돼 여러 국내 제약사에서 각기 다른 제품명으로 처방되고 있다.

복제약은 가짜약이 아니다. 아무데서나 똑같이 만들어 파는 가짜명품과는 다르다. 식약처에서 복제약으로 허가 받으려면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시험을 통과해야한다. 생동성시험은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동등한 약효를 나타내는지 입증하기 위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다. 국내기준은 미국 FDA기준과 동일하며 그 과정은 매우 엄격하다.

국내에서 만드는 복제약은 오리지널약과 비교해 효과나 안전성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1년이상 처방돼 온 바라크루드복제약들도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지속적인 오리지널약의 가격인하로 인해 추가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다.

C형간염 경구치료제인 소발디, 하보니는 보험급여가 되지만 여전히 비싸 방글라데시나 인도에서 인터넷을 통해 복제약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이를 안내하거나 약품구입을 도와주는 의료진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의약품부작용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방법이 없으니 주의해야한다.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생산능력은 뛰어나다. 복제약은 신약보다 개발비용과 노력이 적게 들어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는 복제약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 중 신약은 1.16%에 불과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국내 약제비의 대규모 해외유출은 이미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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