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미용마취’ 절대 쉽게 생각마세요
‘고양이 미용마취’ 절대 쉽게 생각마세요
  • 헬스경향 VIP동물의료센터 아재곤 원장
  • 승인 2017.02.08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양이를 키우다보면 털로 인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르시안, 터키쉬앙고라, 놀숲 등 장모종뿐 아니라 코숏, 러블, 아비시니안 등 단모종에 이르기까지 털이 빠지지 않는 고양이는 없습니다. ‘고양이는 털만 안 빠지면 완벽한 동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환절기에는 털 빠짐이 더욱 심해집니다.

이 때문에 털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강아지처럼 털을 깎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제압이 쉽지 않고 소리나 환경에 워낙 민감해 대부분 전신마취를 하게 됩니다.

문제는 미용을 위한 전신마취가 일반수술을 위한 마취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보호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재곤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마취모니터링 제한

통상적으로 마취할 때는 마취모니터링을 합니다. 모니터링기기를 장착해 심전도측정, 산소포화도측정, 호흡 시 이산화탄소농도측정, 체온측정 등 얼마나 안정적으로 마취되고 있는지, 산소는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를 판단해 마취의 심도와 산소량을 조절합니다. 안전한 마취를 위해서는 필수항목들입니다.

하지만 미용 시 클리핑은 심전도측정에 방해가 돼 모니터링기기를 장착할 수 없습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털을 깎는 것입니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정확한 마취모니터링을 할 수 없습니다.

■삽관 불가능

기관튜브를 삽관한 채 제모할 수 없어 호흡불안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빨리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호흡마취 아닌 주사마취로 진행

호흡마취는 마취의 심도 및 시간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고 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할 수 있어 응급상황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술은 이런 주사마취가 아닌 호흡마취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고양이 제모의 경우 호흡마취가 불가해 주사마취를 하게 됩니다. 주사마취의 경우 마취의 심도를 결정하거나 마취시간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없어 위험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취 전 검사 한계

마취약물은 혈액 내 단백질과 결합해 이동하고 간에서 대사돼 신장으로 배설됩니다. 따라서 마취 전 혈중단백질수치, 간수치, 신장수치를 확인하는 일반혈액화학검사가 시행됩니다. 하지만 제모마취 전 이뤄지는 혈액검사는 마취 전 검사의 1%도 되지 않는 최소한의 검사입니다.

그밖에도 흉부방사선·초음파를 통해 심장이상 유무판단, 혈압측정, 응고계검사, 빈혈 정도검사 등을 통해 마취안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합니다. 하지만 모든 검사를 실시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한의 검사만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위험성이 더 큰 것입니다.

물론 수의사가 직접 마취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미용마취는 고양이가 건강하고 마취 중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시행하게 됩니다. 이것이 동물병원에서 시행되는 통상적인 미용마취의 한계입니다.

분명 고양이 미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예뻐지기 위해, 털로 인한 청소의 불편 때문에 미용을 생각 중이라면 다시 한 번 미용마취의 한계를 이해하고 충분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