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 꼭 필요한가요?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 꼭 필요한가요?
  • 헬스경향 캐비어동물메디컬센터 배장훈 원장
  • 승인 2017.02.2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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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5년 전 병원에 왔다가 한동안 오지 않았던 OO가 동물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생식기에서 농성삼출물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5년 전 차트를 보니 보호자에게 중성화수술을 권했고 보호자는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 병원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보호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도 태어났으면 아이도 보고 가족도 만들고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인위적으로 배를 열어 제거하는 건 너무 가혹해서요.”

배장훈 캐비어동물메디컬센터 원장

이번에 진단해 보니 결과는 자궁축농증(pyometra)이었습니다. 이 질환은 자궁체에 감염세포와 세균이 증식하면서 농이 차고 이로 인해 패혈증, 복부팽만,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선생님, 그때 제가 중성화수술을 했다면, 지금처럼 힘들어하지는 않았겠죠?”라는 보호자의 물음에 가혹하지만 한 번 더 비수를 꽂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일전에 중성화수술을 했다면 지금처럼 반려동물이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궁축농증에 걸린 반려동물 대부분은 한두 번쯤 병원에서 중성화수술을 권유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복(開腹)에 대한 두려움, 반려동물이 아파한다는 이유, 비용, 새끼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 마취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이유로 수술을 꺼리는 보호자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성화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봤습니다.

첫째, 중성화수술의 적기는 언제인가요?

중성화수술은 크게 난소·자궁질환예방과 유선종양·유선염질환예방에 필요합니다. 문헌에 따르면 첫 번째 발정 전에 수술하면 유선종양을 5% 미만, 두 번째 발정 전에는 12% 전후, 세 번째 발정 전에는 19% 정도 발생하며 그 이후에는 유선종양발생률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암컷을 기준으로 첫 발정 전인 7~9개월 정도에서의 시행을 권장합니다.

둘째, 난소와 자궁을 꼭 다 제거해야하나요?

유럽 일부국가의 경우 난소는 제거하고 자궁은 남겨두는 수술을 진행합니다. 일부병원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수술하기도 하지만 자궁자체에서도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난소자궁의 전체적출을 권장합니다.

셋째, 교배하면 산과 질환이 줄어드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교배하면 할수록 호르몬분비량이 늘어나며 유선과 자궁질환가능성이 증가합니다.

넷째, 왜 동물들은 상상임신을 하나요?

사람과 달리 동물은 호르몬차이로 인해 발정주기가 지나도 상당기간 여성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거짓임신(상상임신)증상이 나타나기 쉬우며 유선이나 자궁질환이 잘 발생하는 편입니다. 동물의 경우 착상되지 않은 상태를 인지하고 호르몬을 차단해 다음 주기로 움직이게 하는 호르몬이 적기에 분비되지 않아 상상임신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중성화수술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보호자가 있다면 이번 칼럼을 통해 중성화수술이 왜 필요한지 그 중요성을 깨닫는 조그마한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중성화수술은 반려동물과 오래도록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올바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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