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신발, 가방 등 패션잡화나 헤어스타일도 유행을 타듯이 우리가 키우는 반려견도 유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수의사로 처음 근무했을 때는 요크셔테리어종이 매우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에는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퍼그 역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정말 보기 힘든 종이 됐습니다.
또 당시 푸들은 거의 흰색 위주였는데 최근에는 살구색이나 검은색 푸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 않은데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아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형견보다는 소형견종 위주의 반려견문화가 주를 이룹니다. 동물병원의 위치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 몰티즈비율이 가장 높고 푸들, 시추, 포메라니안 순인 것 같습니다.
여러 품종이 존재하는 만큼 품종별로 각기 특징이 있습니다. 또 품종마다 장점도 있지만 취약한 부분도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우리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는 몰티즈와 푸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몰티즈의 경우 워낙 많이 키우고 있고 다른 품종과 섞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 한마디로 성격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활달하며 질투와 응석이 있고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특유의 아름다운 흰색 털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받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털이 잘 빠지지 않는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몰티즈를 키우면서 주의해야할 질병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귀 질환입니다. 몰티즈는 처진 귀 때문에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 모든 연령대에서 외이염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항상 귀 안을 뽀송뽀송하고 깨끗하게 유지해야합니다.
다음으로는 심장질환입니다. 유전적으로 심장판막질환의 발생비율이 높아 7세 이상이면 건강을 위해 주기적인 심장검진이 필요합니다.
또 근골격계질환 중 슬개골탈구증입니다. 슬개골탈구증은 몰티즈에게 흔한 질환입니다. 순종은 잡종견보다 6.5배 발병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걸을 때 뒷다리를 아파하거나 가끔 들고 다닌다면 더 진행되기 전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질환도 발생비율이 높은데 그중 뇌실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발생비율이 다른 품종에 비해 높습니다. 심한 경우 3개월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멍하게 한곳을 응시하거나 경련, 발작 등 신경계증상이 있는지 잘 관찰해야합니다.
끝으로 안과질환입니다. 다른 품종에 비해 백내장과 녹내장이 잘 발생해 주기적으로 안압을 점검해야합니다. 백내장은 당뇨병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어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푸들은 매우 활동적이며 명랑하고 지능이 높아 훈련능력이 다른 품종에 비해 뛰어납니다. 물론 몰티즈처럼 털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푸들이 잘 걸리는 질병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푸들도 귀 질환이 잘 발생합니다. 역시 환기가 원활하지 않아 생기기 때문에 평소 귀관리가 중요합니다. 또 몰티즈처럼 심장판막질환과 슬개골탈구증, 녹내장, 백내장도 많이 발병합니다.
푸들의 경우 특히 호르몬관련 질환이 많습니다. 스테로이드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는 쿠싱증후군이 대표적입니다. 전보다 식탐이 늘면서 물을 많이 마시고 자주 소변을 보며 뚱뚱해지면 한 번쯤 의심해야하는 질병입니다. 또 당뇨병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합니다.
다른 품종에 비해 혈액계질환도 많은데 면역매개성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이 예입니다. 반려견의 점막이 창백해지거나 피부에 갑작스러운 붉은 반점이 많이 생긴다면 바로 진찰받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기관허탈이라는 호흡기질환도 많이 발병합니다. 유전적인 원인도 있지만, 나이 들수록 기관연골이 노화되고 변성돼 발생합니다. 흥분했을 때 꺽꺽거리는 기침을 많이 하고 힘들게 호흡한다면 치료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품종별 유전자검사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예방이나 치료계획을 미리 세울 수도 있습니다. (정리= 헬스경향 장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