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오해도 많은 ‘경구피임약’의 모든 것
말도 많고 오해도 많은 ‘경구피임약’의 모든 것
  • 정희원 기자
  • 승인 2013.03.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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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 하버드대학 그레고리 핀커스 교수팀에 의해 발명된 경구피임약(1960년 FDA 승인)은 여성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임신은 ‘피임약’의 개발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타임지가 선정한 ‘지난 1세기 동안의 혁신적 제품’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피임약의 발명은 많은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내 피임약복용률은 약 2.5%로 피임실천율이 높은 서구의 1/20 수준이다. 특히 경구피임약은 호르몬제로 몸의 호르몬을 함부로 조절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체중증가와 피부에 여드름 등 문제가 생긴다는 ‘경고의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보다는 ‘카더라 통신’이 대부분이다. 이에 산부인과 전문의들에게 ‘경구피임약’에 대해 알아봤다.

 생체호르몬과 과장 유사한 화학구조 가진 ‘드로스피레논’도입
 
국내에 경구피임약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이자 베일러이화산부인과 정호진 원장은 “초기에는 경구피임약 성분 중 하나인 ‘합성 황체호르몬’은 체내수분과 나트륨 배출을 막아 부종과 체중증가를 유발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과거와 달리 피임약에 호르몬 함량은 많이 낮추고 새로운 성분을 담으면서 체중증가, 여드름이 발생하는 부작용은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구피임약에는 생체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드로스피레논’을 주 성분으로 하고 있다. 이 성분은 황체호르몬으로 인한 부종?체중증가현상이 없고 오히려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 생리주기에 따라 여드름 등 피부문제가 심했던 사람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경구피임약을 처방받는 여성 중에서는 단순한 피임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처방받는 사람도 있다. 경구피임약은 생리통 등 월경곤란증, PMS(생리전증후군) 등 호르몬변화로 인한 여드름 치료를 위해 처방되기도 한다.
20대 직장인 L씨는 “생리통이 심하고 생리주기가 불규칙해 산부인과를 찾았다”며 “피임약을 처방받았는데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확실히 생리통이 많이 없어지고 생리주기도 규칙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피임약 복용, 임신에 큰 영향 없어… 혈전증 환자는 피해야
 
이 외에도 호르몬을 강제로 조절한다는 점에서 많은 여성들은 경구피임약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경구피임약 복용은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속설 중에는 ‘피임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면 태아가 기형이 될 확률이 높다’는 말도 있다. 이 외에도 피임약을 먹으면 유산될 확률이 높다는 등 피임약복용이 임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후의 임신율이나 기형률은 피임약과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또 경구피임약을 오래 복용했다고 해서 쉽게 유산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단 이전에 사용되던 고용량 피임약의 경우 복용 중에 호르몬영향으로 자궁내막이 얇아져 복용을 중지한 후에도 회복이 오래 걸리고 생리양이 적어지면서 임신이 지연되는 경우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있다.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 중 흡연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
 
호산산부인과병원 방장훈 대표원장은 “35세 이상 흡연여성에서는 혈전증의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며 “혈전증과 관상동맥질환 등 혈관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여성도 경구피임약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바른 피임약 복용법
 
경구피임약 복용 시 기억해야 할 것은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다. 경구피임약은 보통 생리시작 첫날부터 복용을 시작해 1일 1정씩 복용하는데 7일간의 휴약기간이 있는 약이 있고 월말에 호르몬성분이 없는 약을 포함시켜 휴약기간 없이 계속 복용하는 것도 있다.
 
가능하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야 하는데 대개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만약 복용하는 것을 잊은 경우에는 12시간 내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방장훈 원장은 “최근 처방되는 경구피임약은 저용량제제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하루만 빼먹어도 피임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구피임약을 제대로 잘 복용할 경우 피임효과는 99%이지만 시간 등 복용법을 신경 쓰지 않고 매일 복용하는 정도라면 평균 피임률은 92%정도다.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피임효과가 없음은 물론이고 불규칙한 출혈이 초래돼 불편하다.
 
정호진 원장은 “경구피임약을 제대로 잘 이용할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계획임신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며 “무엇보다 산부인과를 방문해 본인에게 맞는 피임 상담을 한 후 그에 따른 피임약 등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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