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모름지기 쑥쑥 자라기 전에 먹어야
‘쑥’은 모름지기 쑥쑥 자라기 전에 먹어야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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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벌써 파릇파릇한 쑥이 보인다. 이맘때가 되면 일부러라도 쑥을 캐러 들로 나가는 어머니들도 있다. 도다리쑥국이나 미역쑥국, 쑥버무리, 쑥밥 등 쑥을 활용하면 봄철 그만한 보약밥상도 없다. 하지만 쑥은 효용성만큼이나 종류도 많아 구별이 필요하다. 특히 단오 이후 늦봄의 쑥은 독성이 있어 먹어서는 안 된다.

중국 춘추시대 시경과 단군신화에까지 쑥이 나오는 것을 보면 활용역사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쑥을 한자로는 보통 애(艾), 호(蒿), 봉(蓬)이라고 쓴다. 따라서 문헌상 애엽(艾葉), 인진(茵蔯), 봉호(蓬蒿)라는 단어는 모두 쑥을 의미한다. 특히 봉자는 ‘풀’ 초(艹)변에 ‘만날’ 봉(逢)자로 이뤄져 가는 곳마다 만나는 무성한 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쑥대밭’이라는 단어도 생긴 것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쑥은 아르테미시아(Artemisia)라는 학명으로 불리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숲과 어린이를 지키는 여신으로 서양에서도 쑥이 여성질환에 좋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한의학에서도 전통적으로 부인병과 자궁질환치료에 활용해 왔다. 약으로도 많이 사용해 의초(醫草)라는 이름도 있다.

쑥 중에서도 제철 봄나물로 가장 흔히 접하는 쑥(참쑥, 약쑥, 사자발쑥)은 바로 애엽(艾葉)이다. 한의서에 애엽은 ‘무독(無毒)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애엽은 ‘음력 3월 3일에서 5월 5일(단오날) 이전에 채취해 말린다’고 했다. 또 ‘(채취 후) 오래 묵어야 약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독성이 없다고 하면서 채취시기를 따로 정해둔 것이다.

화타의 시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삼월적인진능치병(三月的茵蔯能治病) 사월적봉지능당시소(四月的蓬只能當柴燒)’. 바로 ‘삼월의 쑥(인진)은 병을 치료하지만 사월의 쑥(봉호)은 단지 땔감으로만 쓸 수 있다’라는 의미다. 어린 쑥만 약으로 사용하고 다 자란 쑥은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 쑥은 독성이 적지만 단오 이후의 다 자란 쑥은 독성이 증가해 먹을 수 없다.

쑥에는 다양한 영양소와 플라보노이드성분,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약리학적 작용이 크다. 따라서 음식이나 약으로도 많이 사용돼 왔다.

문제는 쑥에는 투우존(thujone)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다는 점이다. 이 성분은 경련, 중추신경계억제, 향정신경작용에 의해 환각작용을 일으키고 습관성이 생기게 한다. 또 접촉성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잔털이 있는 복숭아나 키위처럼 쑥도 잔털이 있으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다.

우리나라 쑥은 비교적 독성이 적지만 서양 쑥은 독성이 강하다. 특히 유럽의 쓴쑥(wormwood, Artemisia absinthin)은 투우존함량이 높다. 독특하고 향이 강해 향쑥이라고 부른다. ‘worm’이란 이름은 구충제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쓴쑥은 프랑스가 원산지인 압생트(absinthe)라는 술의 원료로도 사용됐는데 압생트는 환각작용이 있어 19세기 유럽의 예술가들이 즐겨마셨다고 한다. 녹색요정이라는 예쁜 이름도 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악마의 술이라고도 불리고 고흐가 이 술을 마시고 환각상태에서 귀를 잘랐다고 해 고흐의 술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쓴쑥이 함유된 유럽산 압생트의 수입과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여행위해식품으로 구입금지품목에도 포함돼 있다. 참고로 현재 국내유통 중인 압생트는 환각성분이 제거돼 있고 이름도 ‘ABSENTE’로 사실 전통압생트와 다른 술이다. 쑥이 종류에 따라 식약과 독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다는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우리나라 자생쑥에도 미량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투우존이 검출된다. 어린 쑥에도 있고 성숙할수록 늘어난다. 따라서 어린 쑥일지라도 생(生)쑥은 먹으면 안 된다. 투우존은 휘발성이 강해 말려 먹으면 비교적 안전하다. 이 때문에 한의서에서는 말려서 오래 묵히라고 한 것이다. 무엇보다 쑥은 쑥쑥 자라기 전에 먹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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