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갑상선암, 과잉 진단이 아닌 ‘과잉 치료’가 문제다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갑상선암, 과잉 진단이 아닌 ‘과잉 치료’가 문제다
  • 정리 최혜선 객원기자 (hsch6700@k-health.com)
  • 승인 2017.03.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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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변해 병원에 갔다가 진행성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한 성악가는 수술 후 목소리를 잃었다가 정말 어렵게 재기했지만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다. 또 작은 갑상선암을 우연히 발견해 갑상선제거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목소리가 나빠지고 호르몬제를 복용해도 늘 피곤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수술 받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과잉진단·과잉치료는 ‘모르고 내버려둬도 증상을 일으키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았을 병을 진단하고 치료한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 과잉진단을 피하기 위해 갑상선암은 검진조차 하지말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갑상선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그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예의 성악가는 차라리 검진을 통해 일찍 발견했으면 성대신경도 살리고 회복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2016년 11월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의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갑상선결절 및 암 진료권고안 개정안’을 발표했다. 2014년 초부터 시작된 과잉진단에 대한 논란에 비하면 새 권고안은 지나치게 관심 밖에 있다.

개정된 권고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초음파검사에서 발견된 갑상선결절에 대해 추가검사를 시행하고 치료시작기준을 0.5㎝에서 1㎝로 상향했다. 물론 전이나 주변침범이 없는 경우에 한한다. 둘째, 전이나 주변침범이 없는 1㎝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고 했다. 셋째, 재발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치료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예를 들어 갑상선암수술은 반절제(엽절제)를 선호하고 예방적인 림프절절제를 하지 않으며 방사성요오드치료도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다.

새 권고안은 과잉치료를 피하고 수술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이전보다 덜 적극적으로 치료하도록 권유한다.

과잉치료를 하지 않아 이득을 보는 환자가 훨씬 많겠지만 소극적인 치료로 손해를 보는 환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새 권고안이 병원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도 갑상선암 조기치료를 주장하는 의사들이 있다. 갑상선암도 방치돼 있다가 늦게 발견하면 치명적일 수 있지만 조기치료가 필요한 암은 아니다.

갑상선암은 진단과 치료시기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갑상선암 검진이나 진단자체가 해롭지는 않다. 하지만 검진으로 발견된 작은 갑상선암을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기진단으로 발견된 작은 갑상선암의 경우 당장 치료에 들어가지 않고 지켜볼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 권고안에서 제시한 새로운 기준을 받아들일 용기와 여유가 필요하다.

이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과잉‘진단’이 아니라 과잉‘치료’이기 때문이다.

<하정훈 땡큐이비인후과 원장>

<정리 헬스경향 최혜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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