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까 말까…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
해줄까 말까…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3.20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늦은 밤 퇴근해 돌아온 집에서는 가장 먼저 두 마리 견공이 현관 앞에서부터 열렬히 꼬리를 흔들어대며 반겨준다. 그런데 평소대로라면 이런 모습을 한 발짝 떨어져 지긋이 지켜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는 고양이 ‘공주’가 오늘은 이상하게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보고 고양이 소리를 내며 불러보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푹신한 방석이 깔린 자기 보금자리에도 없고 몇 분간 집안을 뒤졌지만 공주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그 순간 베란다에서 나지막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비로소 공주를 찾은 것이다.

넓지 않은 실내에서 숨바꼭질하듯 몇 분간 찾아 헤매 발견한 기쁨도 잠시뿐 어렵사리 발견한 공주는 필자를 보자마자 갑자기 큰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 누가 들어도 분명 어딘가 아픈 고양이가 내는 신음소리에 가까운 울음이었다. 공주를 진정시켜 조용히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열이 심해 눈은 충혈돼 있고 몹시 아파하는 배를 만져보니 딱딱한 덩어리들이 만져졌다.

이토록 공주를 아프게 한 질환은 자궁 내 세균감염으로 발생한 염증과 그로인한 농이 자궁 내에 축적되는 ‘자궁축농증’이라는 질환이다.

주로 중성화하지 않은 암컷 개와 고양이에서 종종 발생하며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질환 중 하나다. 다행히 공주는 곧바로 동물병원에서 자궁을 적출해 내는 중성화수술을 받고 곧 건강을 회복했다. 이렇게 중성화수술을 통한 예방조치를 실시해 주지 않으면 수의사가 돌보는 반려동물조차 예외 없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 바로 자궁축농증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가정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보는 문제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하기 힘든 문제 중 하나가 반려동물에게 중성화수술을 해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일일 것이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말 못하는 동물이긴 하지만 생식능력을 인위적으로 없애는 것이 조금은 잔인하다 느껴질 수도 있는 반면 절제되지 않는 생식본능을 보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해 나간다는 것 역시 여간 불편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정시기에 일정주기로 끊임없이 발정기가 되풀이되는 암컷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거나 반려동물이 온 집안을 자신의 소변으로 얼룩지게 만들면서 주인에게 민망한 성적행동을 시작하면 대부분 중성화수술을 선택하게 된다. 중성화수술을 통해 이러한 행동들이 사라지고 성격도 온순하게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성화수술을 비교적 일찍 하게 되면 공주가 앓은 자궁축농증을 비롯해 유선종양 및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노령의 반려동물에서 흔하게 발생되는 질환의 발병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황철용|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따라서 반려동물을 번식해 좋은 가정으로 그 자손들을 보낼 구체적인 계획과 확신이 없다면 미리 중성화수술을 실시해주는 것이 현명하다. 치명적인 질병도 예방하고 원치 않는 생명들이 태어나 버림받을 일말의 가능성도 미리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중성화수술을 통해 얻게 되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선 수컷의 중성화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지만 자궁과 난소 모두를 제거하는 암컷의 중성화수술은 개복수술의 특징상 후유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또 중성화된 반려동물은 이후 호르몬분비 변화와 대사변화로 인해 비만해지는 경우가 흔하며 이로 인해 퇴행성관절질환과 당뇨병 등의 발생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성화수술 이후에는 철저한 식이조절과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에게 중성화수술을 반드시 해줘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다. 각자 자신의 가족이 처한 상황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성화수술의 장단점을 파악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오늘도 유기동물보호소에는 한 때는 어느 가정의 소중한 가족이었을지도 모르는 반려동물들이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반려동물 자손들이 미래에 이런 처지가 되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