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무릎 아픈 까닭은?
반려견이 무릎 아픈 까닭은?
  •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4.0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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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오후 늦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평소 자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해 일명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사람들이 올린 글과 사진들을 살펴봤다. 대부분 ‘친구맺음’이 서로간의 관심사인 동물에 관한 주제로 맺어진 관계들이기에 그 내용들이 대부분 자신들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들에 관한 것들이다. 여러 사진들을 보고 또 사진에 덧붙여진 설명도 읽고 마음에 들면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라는 버튼을 눌러 내용에 서로서로 공감을 표시하곤 한다. 
 
수많은 사진과 글들 중에서 그 날 유독 눈에 띈 사진은 지금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수의과대학 4학년생이 올린 사진이었다. 평소 학생들과의 소통 방법으로 이곳을 종종 이용하고 있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자신이 근래 입양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였다.
 
올해로 4살인 몰티즈종 애견 ‘다름이’는 사실 그 학생이 입양하기 전에는 필자가 근무하는 수의과대학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일명 ‘병원돌이’ (특정 가족이 없고 동물병원 내에서 생활하는 반려동물 들을 일컫는다) 애견이다. 원래는 노부부와 함께 생활하던 애견이었고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던 애견이었지만 질병 치료비에 부담을 느끼신 가족 분들이 소유권을 포기하고 이후 치료와 관리를 전적으로 병원에 위임해 병원에서 살게 된 것이다.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다름이는 비록 원래의 가족과는 헤어졌지만 수의사를 포함한 병원 식구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덕택에 건강도 회복하고 이제 내년이면 수의사가 될 든든한 오빠를 둔 행복한 가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에게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며 또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다름이 사진을 흐뭇한 미소로 살펴보던 도중 한 장의 사진이 더욱 시선을 끌었다. 수의사들의 대표적 직업병 중 하나는 동물들을 보게 되면 먼저 몸 이곳저곳을 살펴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 그날 그 사진도 일반인들이 보았다면 단순히 작은 몰티즈 종 애견이라 생각했겠지만 사진 속 다름이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특히 뒷다리 무릎관절 부위가 뒤틀려 있고 그로인해 서 있는 자세가 등도 굽은 채 무척 불안정해 보였다.
 
다음 날 병원에서 다름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듣게 되었고 그동안의 진료기록도 살펴봤다. 어린 나이이긴 하나 예전 가족들이 치료를 포기할 정도로 몸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은 다름이지만 새 가족을 만난 현재도 여전히 하루하루 그를 조금씩 괴롭히는 문제는 ‘슬개골 탈구증’이었다. 이 질환은 뒷다리 무릎에 밤톨처럼 생긴 무릎 뼈가 제 자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가벼운 통증과 걸음걸이 이상 등을 수반하나 정도가 심해지면 주변 근육 위축 및 다리 모양 변형으로 인해 걸을 수 없게 되는 질환이다.
 
주로 우리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 애견종인 치와와, 몰티즈, 푸들, 요크셔테리어 견종과 같이 몸집이 작은 견종에서 잘 발생되는 질환으로 외부충격과 같은 외상에 의해 발생되기도 하나 대부분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상적인 몰티즈에 비해 유난히 작은 몸집을 가진 다름이도 외상에 의한 충격으로 발생된 것 보다는 태생적으로 무릎 뼈가 위치하는 대퇴골의 고랑 자체가 얕아 무릎 뼈가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무릎 안쪽 바깥쪽으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동물병원에서 다름이와 같이 슬개골, 즉 무릎 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 애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현재 상태가 수술적 교정을 요하는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비교적 상태가 경미한 초기단계에서는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 과격하게 뒷다리를 이용해 의자나 침대위에 뛰어 오르는 행동을 절제시키고 장시간의 걷기와 뛰기 등의 운동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비만해지면 무릎에 가해지는 힘도 증가하기에 비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털이 긴 견종에서는 발바닥 털을 자주 손질해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다름이는 시급하게 교정수술을 실시해야 할 정도로 말기 상태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더 진행되면 슬개골탈구 교정 수술을 해 주어야 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오늘 다름이 사진에 응원의 댓글을 적어본다. “다름아, 오빠가 수의사 되기 전 까지는 더 이상 아프지 말자. 다름이 화이팅!”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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