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물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물을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
  • 헬스경향 아재곤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03.2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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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고양이도 나이 들면서 장기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 물론 이를 자연의 순리나 노화라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병원의 역할이란 장기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유지해 조금이라도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보호자를 안타깝게 하고 수의사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오늘의 말하고자 하는 고양이 신부전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질환이다.

아재곤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신부전이란 신장기능이 점점 떨어지면서 제대로 여과기능을 하지 못해 생기는 여러 가지 전신질환을 말한다. 우선 신장은 대표적으로 노폐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음식이나 약물, 환경물질 등 여러 해로운 물질을 배설시켜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자정작용을 한다. 또 정상혈압을 유지시키며 조혈작용을 통해 혈액을 만들어 산소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신장은 우리 몸의 항상성(항상 일정한 몸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부전이 발생하게 되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결국 여러 가지 전신질환이 생긴다.

노폐물을 여과하지 못해 몸에 요독증이 생기면서 위장관염증을 유발하고 고혈압이 생긴다. 또 조혈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차적으로 다른 장기(심장, 간, 췌장, 눈 등)에도 심한 손상을 일으키면서 전신상태가 엉망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점은 신부전이 한번 발생하면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점이다. 신장 역시 간과 마찬가지로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즉 신장은 어느 정도 손상돼도 최대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손상정도가 점점 심해져 신장기능이 75% 이상 망가지면 그제야 비로소 증상과 함께 신장수치(BUN, CRE, IP 등)가 상승한다. 즉 고양이의 기력이 너무 떨어져 병원에서 신부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이미 신장기능이 3/4 이상 망가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장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간처럼 재생이 활발한 장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 손상된 상태라면 최대한 남은 신장의 기능을 활용하고 보존하는 것이 신부전의 치료원칙이다.

여러 가지 약물이나 수액처치로도 회복되지 않는 고양이에게는 투석(CRRT)을 통해 몸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를 걸러내고 신장부담을 줄이는 처치를 한다. 사람처럼 CRRT를 이용한 투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외국에서는 건강한 고양이의 신장을 이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시험단계이자 윤리적 문제가 얽혀있어 쉽게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장기능이 충분히 남아있을 때부터 손상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이다. 신장손상의 가장 큰 문제는 탈수로 인한 허혈성손상이다. 고양이는 물을 잘 안 먹으려는 습성이 있고 이로 인해 만성탈수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전신순환에 이상이 생기고 산소공급이 원활치 못해 심각한 신장손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고양이가 어릴 때부터 물을 많이 먹이고 건사료보다는 캔사료를, 캔사료에도 물을 많이 첨가해 항상 탈수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정기검진도 중요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신장은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에 이미 증상이 생기면 너무 늦는다. 쉬운 혈액검사부터 소변검사, 특히 요새는 SDMA라는 검사를 통해 초기손상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도 도입됐기 때문에 최소 1년에 한번은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신장은 생명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장기이며 수명연장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고양이와 하루라도 더 오래 건강하게 함께 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수분공급에 더욱 신경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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