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 꼭 도다리 아니어도…광어쑥국도 좋다
[웰빙의 역설] 꼭 도다리 아니어도…광어쑥국도 좋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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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는 봄에 가장 맛있다고 해서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또 ‘삼월 넙치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봄철 광어는 맛이 없다고들 한다. 도다리와 광어는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둘 다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고 생김새도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도다리와 광어는 모두 가자미목 생선이다. 가자미목 생선을 옛 문헌에는 비목어(比目魚)라고 했다. 비(比)자는 ‘나란하다’는 의미로 눈이 한쪽으로 나란히 몰려 있다는 뜻이다. 흘겨보면서
가자미눈 뜬다' 말도 가자미의 눈모양에서 생긴 말이다. 모양이 납작하고 마치 나뭇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접어(鰈魚)라고도 불렀다.

본초강목 비목어편에 보면 ‘(두 마리가) 나란히 아니면 나아가지 않는다’ 또는 ‘두 마리 양편이 서로 합쳐져 동행한다’고 나온다. 이런 글귀 때문에 비목어는 금슬(琴瑟) 좋은 부부를 상징하고 비목(比目)이라는 단어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에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두 마리씩 짝지어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가자미목 생선은 발생학적으로는 눈이 좌우 양쪽에 한 개씩 생겼다가 성장하면서 한쪽으로 몰린다. 이들은 다른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해 모래바닥에 바짝 엎드려 파묻혀 있는 습성이 있는데 이때 바닥 쪽 눈은 쓸모가 없어 점차 위로 이동했을 것이다.

이들 생선의 독특한 눈의 형태는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이러한 독특한 생김새는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의 증거일 수 있다.

자연선택설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들만 생존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형태로 모양이 변해간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눈이 한쪽으로 이동 가능했던 개체만이 살아남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도다리와 광어는 어떻게 구분할까. 이 둘의 구분법으로 ‘좌광우도’라는 삼척동자도 아는 방법이 있다.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이고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라는 것이다.

이 때 왼쪽과 오른쪽의 기준은 아가미를 아래로 세워 놓고 보았을 때 해당개체 입장에서의 위치다. 항간에 도다리나 광어의 머리를 바라본 상태에서 눈의 위치를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관찰자 기준으로 보면 좌우가 바뀌게 된다. 하지만 생선 입장에서 정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 생선의 눈 위치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강도다리는 눈이 좌측에도 있기고 우측에도 있기 때문이다. 강도다리도 도다리처럼 가자미과 생선인데 바다에 살다가 민물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강도다리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나 일본 연안에서 잡히는 강도다리는 모두 눈이 좌측에 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좌광우도’만으로 도다리와 광어를 구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 생태로 보면 홍어나 가오리처럼 이들에게는 좌우가 아니라 위아래가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몸통비늘이나 눈이 왼쪽이나 오른쪽이 아니라 ‘위’에 있을 뿐이다.

만일 눈의 위치로 구별이 헷갈린다면 입과 이빨모양을 관찰하면 된다. 도다리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며 광어는 입이 크고 이빨이 잘 발달됐다. 이빨이 없는 도다리는 갯지렁이나 조개, 새우 등을 먹고 이빨이 발달된 광어는 갑각류나 연체동물을 잡아먹는다. 먹잇감에 따라 맛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도다리가 봄에 맛있다지만 봄에 많이 잡혀 생겨난 말일 수 있고 봄철 광어 역시 개조차 안 먹을 만큼 맛없는 것도 아니다. 동의보감에 비목어는 '맛이 달고 허한 것을 보하고 기력을 세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도다리나 광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동기상구(同氣相求)라고 했듯이 모양이 비슷하면 기운도 서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장금이의 미각력이 아니라면 도다리와 광어를 맛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역시나 시장에서는 약간의 속임이 있는 것 같다. 올 봄 비싼 도다리를 구하지 못했다면 광어쑥국이라도 아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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