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미세먼지에 대한 돼지고기효과, 미신일 뿐일까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미세먼지에 대한 돼지고기효과, 미신일 뿐일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4.11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돼지고기가 미세먼지제거에 도움도 안 될 뿐더러 오히려 해를 입힌다고 말한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식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끼어 있는 기도의 먼지제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잘못된 상식을 일반화된 오류로 지적하는 꼴이다.

우리는 물을 많이 마시면 폐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다. 식도로 들어간 물이 대장에서 흡수돼 폐의 허파꽈리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폐기관지의 습도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또 감기나 폐렴, 기관지염 등 폐질환이 있을 때 먹는 약도 식도를 통해 위장관으로 들어가지만 결국 폐기관지의 염증을 조절하고 기침 가래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 식도로 들어가지만 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돼지고기가 폐기관지의 먼지를 씻어내는 효과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해서 돼지고기가 폐기관지의 미세먼지제거에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돼지고기는 폐를 건강하게 하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폐는 건조함을 싫어하고 습기를 좋아하는 장기다. 중약대사전에는 ‘돼지고기는 음의 기운을 길러주고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해준다’고 나와 있다. 특히 본초도경에는 ‘돼지지방은 폐를 촉촉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동의보감에는 ‘돼지허파는 폐를 보한다’고 했고 중약대사전에는 ‘폐기운이 약해 나타나는 기침과 객혈을 치료한다’고 돼 있다.

식용이 가능한 모든 동물의 허파가 비슷한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도 있지만 동의보감을 살펴보면 허파의 효능을 기록한 동물은 말과 돼지뿐이다. 말의 허파는 열이 오르내리는 것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은 사람이 먹는 육류의 효능을 대부분 기록해 놓았다. 사향노루, 소, 곰, 말, 사슴, 고라니, 양, 영양, 호랑이, 표범, 삵, 고양이, 토끼, 개, 돼지, 맷돼지, 당나귀, 노새, 여우, 수달, 오소리, 너구리, 학육(貉肉, 검은담비), 이리, 원숭이, 고슴도치, 쥐, 두더지, 날다람쥐, 담비, 족제비 등으로 총 31종이 기록돼 있다. 이 중 유일하게 돼지고기만 수은이나 광물질의 독을 해독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본초강목에도 돼지고기는 유황의 독을 해독한다고 했다.

언론에서 돼지고기가 황사나 미세먼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또 다른 근거로 삼는 것은 바로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돼지고기 섭취가 체내 중금속대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한국축산식품학회 학술대회, 1996년), 돼지고기 급여가 흰쥐의 체내에 중독된 카드뮴의 해독과정에 미치는 영향’(한국축산식품학회지, 2005년), 돼지고기 급여가 납에 중독된 흰쥐의 해독과정에 미치는 영향(한국동물자원과학회지, 2007년) 등의 연구논문이 존재한다. 이들 연구결과를 보면 돼지고기는 체내에 흡수된 중금속 등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논문들이 애써 무시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항간에 돼지고기는 지방성분이 많아 오히려 미세먼지 중 지용성 성분과 흡착돼 흡수율을 증가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지역 미세먼지의 화학적 구성 특성에 관한 연구(한국도시환경학회지, 2010년)를 통해 미세먼지의 주성분을 살펴보면 질산염, 황산염 등의 음이온, 암모늄과 같은 양이온, 토양성분을 이루는 규소 등의 금속성분, 탄소성분 등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분은 대부분 수용성으로 돼지고기 지방섭취가 미세먼지의 흡수를 촉진시킨다고 보기 어렵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꼭 돼지고기를 먹어야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돼지고기가 미세먼지제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근거를 두고 근거가 없다는 언론도 미세먼지 낀 날처럼 답답해 보인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 돼지고기소비량이 증가하는 것을 단지 미신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정리=장인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