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연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연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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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위에 보면 연어전문점이 많이 생겼다. 간혹 ‘무한리필’이라는 광고도 보인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연어는 보기 어려운 생선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생선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맛있게 먹고 있는 연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보통 붉은살 생선은 근육색소와 함께 혈색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붉게 보인다. 다랑어(참치)나 고등어가 대표적인 붉은살 생선에 속한다. 붉은살 생선은 대부분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의 함량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연어는 색도 붉고 지방함량도 높아 붉은살 생선일 것 같지만 사실 흰살 생선에 속한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연어가 붉게 보이는 이유는 먹이 때문이다. 연어의 주식인 크릴새우에는 붉은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색소의 일종인 아스타잔틴이나 칸타크산틴이라는 성분이 많아 연어의 육질이 붉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당근이나 귤을 많이 먹으면 피부색이 노랗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아스타잔틴 등의 성분은 크릴새우뿐 아니라 일반새우에도 많다. 아스타잔틴은 본래 단백질과 결합돼 있어 잘 안 보이다가 열이 가해지면 단백질변성으로 인해 붉은 색소가 노출된다. 투명해 보이는 새우를 익히면 빨갛게 되고 가재를 익히면 붉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연어의 붉은색은 독특하고 전통 있는 색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따라서 연어색은 특정한 색을 지칭하기도 한다. 특정 생물이름이 색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대표적으로 쪽빛이나 치자색, 살구색, 가지색 등이 있다.

자연산 연어의 색은 먹이섭취량에 따라 차이 난다. 크릴새우를 많이 먹을수록 붉은색에 가깝고 적당히 섭취했다면 주황색이나 핑크색에 가깝다. 만일 연어가 크릴새우 등을 거의 먹지 못했다면 흰색이나 회색에 가까울 것이다.

국내에는 대부분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양식’연어가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 양식연어는 크릴새우 대신 인공사료를 먹이로 한다. 그런데도 연분홍색을 띠는 이유는 ‘합성’아스타잔틴을 사료에 섞어 먹이기 때문이다. 양식기술발달로 색소량을 조절하면 연어색도 결정할 수 있다. 억지를 부린다면 양식을 통해 보라색 연어, 노랑색 연어 등 무지개색 연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천연아스타잔틴은 항산화작용이 뛰어난 성분 중 하나다. 하지만 합성아스타잔틴은 석유부산물을 통해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으로 안전성논란의 여지가 있다. 합성아스타잔틴이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도 할 수 없다.

양식연어는 자연산에 비해 지방함량이 높다. 양식연어의 지방은 마치 우리에 가둬 놓고 키운 소처럼 마블링이 화려하고 두껍다. 또 지방산비율을 살펴보면 오메가3지방산은 적고 오메가6지방산과 포화지방산비율이 높다. 결과적으로 칼로리도 높은 편이다. 항간에서 연어를 수퍼푸드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자연산 연어에만 해당되는 칭송일 수 있다.

연어의 색은 연어를 대변해 왔다. 하지만 지금 먹고 있는 연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연어색을 첨가한’ 연어를 먹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조만간 ‘흰색 연어’가 용기 있게 식탁에 오를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무늬만 화려한 연어의 분홍색 옷을 벗겨보자. 연어는 원래 흰살 생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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