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콧물 흘리고 콧등 붓는다면 다 감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콧물 흘리고 콧등 붓는다면 다 감기?
  • 헬스경향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04.19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개월 전 8kg 정도 되는 스피츠 믹스견을 진료한 적이 있다. 보호자는 코감기가 심해져 왼쪽 콧등이 부은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콧물을 튕기는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코감기가 아닐까 의심된다고도 말했다.

계절상으로 감기가 많이 발생하는 때이기는 했지만 스피츠나 진돗개처럼 주둥이가 긴 개의 경우 감기에 다소 둔감하기 때문에 감기 외에 다른 원인도 생각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진찰을 시작했다.

최이돈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코와 콧등을 살펴보고 감기 증상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역시나 호흡기에서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고 송곳니에 치주염이 진행된 것을 확인, 입과 콧구멍이 통하게 되는 구비강루라는 질환이 의심됐다.

필자는 전공이 외과와 치과인지라 진료실에서 만나는 모든 반려견의 치아를 들춰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이 반려견 또한 감기를 진료하기 전부터 치아를 먼저 살펴봤기에 치과질환일 것이라는 데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실제 양측 상악의 송곳니 주변 잇몸에 염증이 심했고 치아 표면에 치석도 많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구비강루에 걸린 반려견들은 콧등이 부어오를 정도로 심한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반려견은 비염과 더불어 염증이 넓게 퍼져 콧등까지 부풀어 올랐던 것이었다.

치아의 문제가 콧등이 부풀어 오른 증상과 꼭 관련 있지 않더라도 이 정도로 심한 치주염은 꼭 치료해야한다. 보호자에게 반려견의 증상과 치료에 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치과 수술날짜를 잡았다.

수술 전날까지는 염증에 관련된 약을 처방했다. 치과 치료 당일 반려견의 얼굴을 보니 콧등은 약의 영향으로 다소 가라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그 부위를 만지려 하면 매우 싫어했다.

치과 방사선을 비롯한 치과 정밀검진을 통해 구비강루라는 치과질환을 확진하고 스케일링과 발치, 그리고 입과 콧구멍이 통하는 공간을 수술을 통해 막아줬다. 콧등은 왼쪽이 부었지만 오른쪽 치아도 왼쪽 못지않게 치주염이 진행돼 양측 모두 같은 방법으로 수술했다.

환자는 당일 퇴원했다. 일주일 후 상태를 보니 콧등은 완전히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치료 전보다 늘어난 식사량과 체중을 통해 반려견이 겉으로 표현은 안 했어도 얼마나 통증이 심했을지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반려견이 치과치료를 받은 후에는 이빨을 뽑았는데도 더 잘 먹고 꼬리치는 속도도 두 배 이상 빨라지며 잠도 잘 자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람과 함께 사는 개와 고양이들은 사람의 질환을 따라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즉 사람이 비만이면 동물도 비만이고 사람이 우울증이 있으면 동물도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사람이 흡연하면 동물도 폐암에 더 잘 걸리는 것처럼 동물도 사람만큼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치과질환은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동물들을 위해 하루 딱 한 번만이라도 양치질을 해준다면 치과질환으로부터 반려동물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요즘에는 양치질을 못 하는 동물들을 위해 여러 가지 보조제들도 시장에 많이 나와 있다. 보호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반려동물들이 이전보다 훨씬 깨끗하고 건강한 치아를 평생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장인선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