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작은 갑상선암은 제거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작은 갑상선암은 제거하지 않아도 괜찮다?
  • 하정훈 땡큐 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 승인 2017.04.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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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 조금 안 되는 크기의 작은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진료실을 찾았다.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하던데 정말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지, 갖고 사는 동안 혹시 전이되거나 더 진행해 위험한 것은 아닌지?” 궁금했던 것이다.
 

2016년 새롭게 개정된 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결절 및 암 진료권고안은 ‘주변침범이나 전이 소견이 없는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도 치료방침의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 갑상선암의 과잉진단·과잉치료를 피하기 위한 중요한 변화다.

1990년대에는 연간 4000명도 안 되던 국내 갑상선암환자가 2011년에는 4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갑상선암 사망환자는 예나 지금이나 연간 300~400명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복잡한 통계는 차치하고 4만명 중 대략 3만6000명 정도에 대해 꼭 진단하고 수술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환자는 늘었는데 사망자는 변화가 없을 때 과잉진단으로 의심한다. 과잉진단은 그냥 둬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병을 굳이 진단하고 치료한 것을 말한다. 갑상선암을 포함해 악성흑색종, 신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이 여기에 해당된다.

목숨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암인데도 과잉진단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들 암 중 일부는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어떤 환자의 경우 빨리 자라서 불편함을 유발하고 결국 생명까지 앗아간다.

문제는 갑상선암을 발견했을 때 이 환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권고안은 나쁜 소견이 없는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고 관찰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방치하고 잊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암덩어리가 어떤 속도로 자라는지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태’라는 말이다.

이 기준은 일본의 갑상선암 연구를 근거로 정해졌다. 1㎝ 이하의 갑상선암을 수술 없이 지켜봐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대상 중 일부는 관찰하는 동안 암이 더 진행됐기 때문에 1㎝ 가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더 나은 기준이 나올 때까지는 1㎝ 가 적당한 기준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했다고 보면 된다.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으로 전이소견이나 주변침범소견이 없어 관찰해 보기로 한 경우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검사를 하면서 암의 크기변화, 전이여부를 추적해야한다. 관찰 중 뚜렷한 크기변화가 있거나 전이가 발견되면 그때는 수술해야한다.

<하정훈 땡큐 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정리 헬스경향 최혜선 객원기자 hsch6070@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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