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그렇게 질이 나쁜가?”
“의사가 그렇게 질이 나쁜가?”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4.0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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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은 피로하다. 진료도 힘들지만 병원 경영도 너무 어렵다. 수가 인상은 극도로 제한 받고 있어 이런저런 방식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회하고자 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다. 
 
비싼 약을 쓰면 동일 성분인데 왜 그 약을 처방했냐고 비난을 받는다. 진료도 편하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 단체도 이상하다. 정부가 싼 약을 쓰라고 의사들에게 강권하면 왜 국민에게 싼 약을 사용하라고 했냐고 항의해야 할 텐데 의외로 같은 편이다. 의사들이 뒷돈 받아서 비싼 약 처방한다고 보는 것 같다.
 
성분이 같으면 모든 약값을 하나로 묶든지…. 의사는 피로하다. 성분이 같으면 효능도 다 같을까. 도저히 현 보험체계 하에서는 경영이 어려워 비 급여를 해볼라치면 여기저기서 감시한다.

박종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비 급여는 사실 자기들 영역과 상관도 없는 정부가 나서서 단속해준다. 영리한 환자들은 비 급여로 실컷 치료 받고 슬쩍 신고한다. 대형병원은 몰라도 작은 의원들은 쑥대밭 된다.
 
물론 지나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게 다 저질 의사들 때문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근본적 원인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를 정한 정부 탓이 아닐까. 어느 직종에서 원가 이하로 경영하라는 이런 경우가 있을까.
 
부당 청구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 포상 액수도 대폭 늘린다고 한다. 내부자 고발도 장려 한다. 직원들 눈치 봐야 할 형편이다.
 
리베이트 받으면 쌍방이 엄하게 벌 받는다. 죄질이 나쁘다는 것이다. 물론 잘하면 된다. 원론적으로는 그렇다. 우리 사회 모두가 의사들을 준 범죄자 취급한다.
 
설령 의사들 가운데 일부가 과잉되고 부당한 진료를 한다고 해도 그것이 올바른 진료를 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의 진료 영역을 침해하는 당위성이 될 수는 없다.
 
의료도 경제 활동인데 1명의 불량한 의사를 때려잡기 위해 9명의 정직한 의사까지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부당 청구를 했을까 의심돼 온 국민의 치료이력을 묻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치료받고 있는 병원의 의사들을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나라다. 의료가 제대로 설 수가 없다. 이렇게 질문을 해 본다. 의사가 그렇게 질이 나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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