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곳곳에서 외국인환자들을 만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도 아니다. 어느덧 우리나라 의료는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모든 것이 불과 몇 년 동안에 발생한 일들이다.
하지만 외국인환자를 받고 우리 의료시스템을 외국에 전달하면서 느꼈던 우려되는 점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의료가 과연 글로벌의료인가 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국제적 수준이지만 우리 의료는 안전을 최우선하는 문화가 성숙되지 못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수술실력은 최고 수준인데 간혹 환자와 수술 부위가 바뀔 수도 있는 수준의 의료문화라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인증제라는 것을 통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의료현장에서 상당한 안전불감증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또 한 가지는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의료시스템, 즉 입원에서 퇴원까지의 과정이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모든 의료기관마다 인력에 있어서는 여유 없이 빡빡하게 채용돼 있어 사실 누군가를 도와줄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 모든 문제는 지속적인 저수가 정책에 기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게다가 뭐든 대충 넘어가는 식의 의료문화는 의료수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 의료를 외국에 수출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뿐더러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할 훌륭한 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은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글로벌 수준의 의료를 수출해야지, 우리식의 의료를 수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수출해야 할 의료는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선진화된 의료문화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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