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 맛있으면 더 살찐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 맛있으면 더 살찐다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4.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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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방송을 보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외치면서 살찔 걱정이 전혀 없다는 듯이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입을 통해서도 그런 말이 들리니 아무리 우스갯소리일지라도 반복되면 마치 진실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면 맛이 느껴지는 음식(객체)과 음식을 먹는 사람(주체)이다. 음식에는 주된 식재료와 함께 다양한 양념이 포함될 수 있고 사람은 혀의 미각에서부터 식욕, 소화기능, 대변과 같은 노폐물 배출기능이 포함된다. 이때 객체와 주체라는 두 조건이 동시에 만족돼야 맛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맛있다고 표현하는 음식은 기름진 음식, 튀긴 음식, 달달한 음식, 조미료나 향신료로 간이 잘 돼 있는 음식이다. 이러한 음식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인데도 많이 먹게 된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반면 밍밍한 채소류나 퍽퍽한 닭가슴살 같은 고단백식품은 간이 돼 있지 않으면 별다른 맛을 느끼지 못한다. 칼로리도 그리 높지 않은데 간이 안 돼 있으면 많이 먹지도 못한다.

고기가 맛있다고 하는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바로 ‘지방’ 때문이다. 혀가 느끼는 맛 중 하나가 지방맛이라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지방은 기름지고 고소하면서 맛있다. 지방은 1g당 9칼로리인 반면 단백질은 4칼로리다. 지방은 맛있으면서 칼로리도 높다.

탄수화물도 1g당 4칼로리로 단백질과 동일하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빠르게 소화·흡수되는 반면 단백질은 구조상 소화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다.

탄수화물은 당분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혀에서 단맛이 난다. 따라서 맛도 좋고 에너지화도 쉽지만 저장능력이 좋아 많이 먹으면 쉽게 지방으로 전환된다. 단백질과 같은 양을 먹어도 탄수화물은 살을 더 찌게 한다.

맛을 내는 데는 양념도 중요하다.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은 식재료라도 소금이나 설탕 등 조미료를 넣으면 보다 많이 먹게 돼 결과적으로 섭취한 칼로리가 높아진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두 번째는 먹는 사람의 소화기능이다. 위장기능이 좋은 사람은 식욕도 좋고 소화기능도 좋다. 공복 시 위장에서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동시에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오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위장운동이 촉진되고 소화액이 분비된다. 이때 식욕이 돋으면서 음식이 맛있게 느껴진다.

식욕촉진호르몬의 분비가 원활한 경우 체질적으로 쉽게 비만해질 수 있다. 주로 태음인들이다. 이들의 경우 식욕촉진호르몬과 억제호르몬의 불균형상태 때문에 촉진호르몬이 많이 분비돼 평소에도 자주 허기지고 항상 과식하게 된다. 에너지로 소모하고 남은 잉여칼로리는 피하지방으로 쉽게 저장된다. 당연히 음식도 맛있게 많이 먹고 살도 쉽게 찐다.

“한 번 살쪄 보는 것이 소원이에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을 보면 입맛이 없어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배가 부르기 때문에 많은 양을 먹을 수도 없다. 주로 소음인에 해당한다. 위장기능과 췌장기능이 약해 ‘맛있게 먹지 못하기’ 때문에 소화가 안 되고 살도 찌지 않는다.

고칼로리음식을 맛있게 먹으면서 ‘0 칼로리’라고 수백 번 외쳐봐야 우리 몸을 속일 수는 없다. 맛있게 먹으면 섭취한 칼로리 100%가 그대로 소화·흡수될 뿐이다.요즘 대세 먹방인 ‘맛있는 녀석들’의 멤버들을 보면 모두들 맛있게 먹지만 점차 비만이 되고 있다.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더구나 맛있게 먹으면 더더욱 살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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