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미세먼지 심한 날 마스크 없다면? ‘코’를 활용하라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미세먼지 심한 날 마스크 없다면? ‘코’를 활용하라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5.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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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도 당연시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는 적극적인 방어책이 될 수 있지만 만일 마스크 없이 외출해야 한다면 입보다는 코로 숨을 쉬자. 코는 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코로 들어오는 이물질은 크기가 대략 30㎛ 이상이면 차단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세먼지는 10㎛ 이하로 매우 작아 걸러낼 수가 없다. 마치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 후 섞여있는 잉크색소를 분리해 낼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도 코로 숨 쉬는 것이 미세먼지로 인한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동의보감에서는 ‘코는 폐로 통하는 구멍이다’라고 했다. 코는 폐로 통하는 직접적인 관문이라는 의미다. 반면 내경에는 ‘췌장의 구멍은 입으로 연결돼 있다’고 나와있다.

코에 질환이 있을 때 폐를 다스리고 구강질환이 있으면 위장을 치료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실제로 콧물과 침의 역할도 구분된다. 콧물은 코의 점막아래 분비선에서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점액으로 먼지 같은 이물질 흡착기능이 있다.

코에서 폐로 들어가는 통로가 ‘일자’로 뚫린 것이 아니라 심하게 굴곡지고 휘어 있다는 점도 이물질이 코 점막에 파리끈끈이처럼 부착될 가능성을 높인다.

또 콧물에는 점액질인 뮤신성분과 함께 면역기능을 하는 단백질, 효소단백성분, 면역글로블린 등이 포함돼 있어 바이러스나 세균증식을 억제하고 제거하면서 독소를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콧물을 전혀 흘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조차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 1리터 이상 콧물이 분비된다. 이렇게 분비된 콧물은 자연스럽게 삼켜진다. 코로 숨 쉴 때 코가 마르는 느낌이 없는 이유는 바로 콧물에 있다.

반면 입안 점막에서는 분비물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입을 벌리고 숨 쉬면 입안이 쉽게 마른다. 그런데도 평소 입안이 촉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침 때문이다. 만일 침이 분비되지 않는다면 입을 다물고 있어도 구강건조증이 생길 것이다.

침에도 면역물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호흡기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구강 및 소화기면역과 관련된 성분이다. 즉 콧물이 폐를 위한 것이라면 침은 소화기관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코 증상은 폐를 보호하는 작용이다. 감기나 비염 등에 의해 콧물, 재채기가 나는 것은 먼지나 바이러스, 세균, 항원성 물질을 흡착하거나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것이다. 또 새벽에 공기가 차가워지면 코 점막의 혈관이 충혈되면서 코가 막히는데 이 역시 폐에 찬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평소 어느 정도의 찬 공기는 코가 히터역할을 해 데워서 들여보낸다. 코 점막에 많은 동맥혈의 열기가 찬 공기를 덥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또 코는 가습기역할을 한다. 코 점막에 무수히 분포된 모세혈관에서 수분이 유출되면서 들이마신 공기에 가습이 된다. 폐 허파꽈리의 모세혈관을 통해 폐의 습도가 조절되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도 코로 숨 쉬는 것은 호흡기감염예방효과가 있다. 반면 입으로 숨 쉬면 호흡기감염에 보다 쉽게 노출되고 돌출입이나 안면비대칭 등의 부작용도 생긴다. 평소 만성적인 코막힘을 유발하는 부비동염(축농증)이나 비염 등 코 질환이 있으면 먼저 이를 치료해야한다.

조물주가 만든 코가 자연의 미세먼지를 필터링할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미세먼지를 마셔야한다면 입은 다물고 코로 숨 쉬자. 부족하지만 코는 폐를 위한 마스크이기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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