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갑상선암수술 후 성대마비가 왔다면?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갑상선암수술 후 성대마비가 왔다면?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5.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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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젊은 여성환자가 있었다. 2달 전 갑상선암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당시 성대신경이 손상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목소리가 모기소리처럼 작았고 바람이 새는 듯 말을 길게 하지 못했다. 몇 달 지나면 돌아올 거라고 들었는데 호전되지 않자 필자를 찾아 온 것이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갑상선암수술을 받는 환자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목소리변화다. 갑상선 바로 안쪽에 성대신경이 지나가는데 수술 도중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성대신경이 손상되면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성대마비가 생긴다.

직접적인 손상이 없어도 마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몇 달 내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일시적인 마비는 약 5%, 영구적 마비는 약 1%의 환자에서 발생한다. 

성대마비가 없어도 목소리가 나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갑상선수술 후에는 성대상태를 후두내시경으로 꼭 확인해야한다. 

성대마비가 생기면 성대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위치에 따라 증상이 심할 수도 경미할 수도 있다. 좌우 성대 사이가 많이 벌어져 있을수록 증상이 심각하다. 목소리가 약해지고 말을 오래하기 힘들다. 벌어진 성대 틈으로 음식이 들어가 사레가 들리며 특히 물을 마시기 힘들어진다. 이 상태가 오래 방치되면 흡인성폐렴으로 진행돼 위험해질 수 있다. 

수술 후 생긴 성대마비를 직접 풀어주는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성대마비로 인해 생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성대주입술(혹은 주사성대성형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성대 사이에 생긴 틈을 없애기 위해 마비된 성대에 필러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시술 직후에 바로 목소리 변화를 느낄 수 있으며 음식 삼키는 것도 좋아진다. 기대했던 만큼 좋아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 경미한 통증, 압박감 외에는 심각한 합병증이 없다. 단 출혈소인이 있는 환자는 주의를 요한다.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편이지만 대개 외래에서 국소마취로 진행할 수 있다. 

필자는 2004년 서울대병원에 이 시술을 도입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이비인후과에서 널리 시행하고 있다. 이 시술은 흉부외과수술 후 발생한 성대마비환자에서도 입원기간과 합병증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했다. 

성대주입술로 증상이 충분히 좋아지지 않는 경우 음성치료, 연하장애치료 등을 보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러는 영구적이지 않아 한두 차례 시술 후에도 성대마비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갑상연골성형술 같은 수술을 고려해야한다. 

갑상선암수술 후 목소리가 불편하다면 막연히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상담하기를 권한다. 간단한 후두내시경검사를 통해 성대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다. 위 사례의 환자는 후두내시경으로 성대마비를 확인했고 성대주입술로 바로 증상이 좋아졌다. 정리 유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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