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식초 많이 먹으면 정말 뼈가 약해질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식초 많이 먹으면 정말 뼈가 약해질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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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식초는 빠질 수 없는 식품 중 하나다. 자연적으로 발효과정을 거친 최종산물이 바로 식초이기 때문에 그다지 저장성이 좋지 못했던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식초를 접하게 됐을 것이다.

식초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항간에 오히려 식초가 뼈를 약하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일까.

식초는 종류에 상관없이 보통 4% 정도의 아세트산(초산)을 함유하고 있다. 여러 가지 효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식초는 칼슘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식초와 함께 칼슘을 섭취하면 칼슘흡수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심지어 가정에서는 식초에 달걀껍질을 녹여 만든 소위 칼슘식초를 칼슘보충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식초 자체가 뼈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성장기 쥐를 대상으로 8주 동안 천연발효식초를 먹인 결과 발효식초를 먹은 쥐가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해 경골의 성장속도가 빨랐다고 밝혔다.

또 칼슘만 먹인 쥐와 칼슘보조제만 먹인 쥐보다도 경골성장이 촉진됐다고 발표했다. 폐경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골밀도가 치밀해졌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식초가 오히려 뼈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반론도 있다. 미국 건강정보사이트(eHealthMe)는 FDA 보고서를 인용해 식초의 아세트산과 골밀도감소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아세트산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총 206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그중 13명(6.31%)이 골밀도감소를 경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60세 이상 여성으로 골다공증을 앓고 있었다.

또 28세 오스트리아 여성이 사과식초를 6년간 하루 최대 250㎖ 정도 복용한 결과 저칼륨혈증과 골다공증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고용량섭취를 금하고 부득이한 경우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많은 한의서에서도 식초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뼈를 약하게 한다고 언급돼 있다. 천금방이나 식치에서는 ‘식초를 많이 먹으면 뼈를 손상시킨다’고 했으며 본초강목에서는 ‘다식하면 근골이 손상된다’고 했고 동의보감에서도 ‘많이 먹으면 뼈가 상할 수 있다’고 했다. 방약합편에도 ‘많이 먹으면 근골이 상한다’고 돼 있다. 모두 공통적으로 ‘과량 섭취’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식초의 아세트산은 치아표면의 법랑질(에나멜)을 부식시켜 치아를 손상시킨다고 알려졌다. 과거 한의서의 부작용기록도 치아가 약해지는 것을 보고 뼈도 약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선행된 보고들을 보면 단지 치아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나치게 식초를 많이 섭취하면저칼륨혈증, 저혈당, 인두염, 식도염, 위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뼈 건강을 위해 무작정 식초를 먹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이 식초를 복용할 경우 오히려 골다공증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초의 하루 적정섭취량은 딱히 정해진 바 없다. 일반적으로 15~30mL 정도를 적정섭취량이라고 볼 수 있으며 테이블스푼 1~2개 정도다. 식초는 반드시 물 1컵 이상으로 충분히 희석해 빨대로 마시는 것이 좋다.

식초는 다양한 효능이 있는 식품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건강을 위해 식초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식초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효능이 있으면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식초는 약에 가까운 식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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