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시력 앗아가는 망막질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시력 앗아가는 망막질환
  • 헬스경향 이동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 승인 201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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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령의 요크셔테리어가 다른 병원에서 오른쪽 눈은 성숙백내장, 왼쪽 눈은 초기백내장으로 진단받은 후 백내장수술 상담을 위해 필자의 병원을 방문했다. 여러 가지 안과검사에 앞서 기본적인 시력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양쪽 눈 모두 실명됐음을 확인했다.

이동현 VIP동물의료센터 원장

백내장은 초기(incipient), 미성숙(immature), 성숙(mature), 과성숙(hypermature)백내장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성숙백내장 이상의 단계에서 시력상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성숙백내장인 오른쪽 눈의 실명은 설명되지만 아직 초기백내장인 왼쪽 눈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이어진 안과검사에서 왼쪽 눈 망막의 혈관이 축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강아지는 유전성망막병증(PRA)이라는 질병에 걸려 시력을 잃게 된 것이었다. 이 경우 백내장수술은 큰 의미가 없어 진행하지 않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시력상실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망막질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유전성망막병증이다. 망막혈관이 축소(위축)되는 것이 특징이며 점진적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 또 어두운 곳에서 잘 보지 못하는 야맹증을 시작으로 점차 낮에도 잘 보지 못하는 주맹증으로까지 이어진다.

만일 반려동물이 어느 순간부터 어두울 때 조금씩 주저하거나 부딪힌다면 이 질병을 꼭 의심해야한다. 실명을 알아차린 순간에는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됐을 수 있다.

유전성망막병증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적으로 백내장을 동반하며 진행이 빠르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요크셔테리어도 첫 진료에서 초기백내장이었던 왼쪽 눈이 한 달 뒤 재진 시에는 성숙백내장으로 급격하게 진행돼 있었다.

또 한쪽 눈에서만 유전성망막병증이 진단됐다고 해도 곧 다른 쪽 눈도 증상이 나타나 양쪽 눈 모두 실명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미리 알고 집안물건에 익숙해지도록 신경 써주는 것도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유전성망막병증의 치료법은 없다. 실명은 불가피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 질환으로 인해 고통스럽거나 전신적인 합병증은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양이에서는 유전성망막병증이 드물다. 하지만 아비시니안품종의 고양이는 이 질환에 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실명증상을 보이거나 눈동자가 보통 고양이에 비해 커져 있고 눈이 떨리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반드시 정확히 검진 받기를 권한다.

유전성이 아닌 후천성 질환으로는 급성후천성 망막변성(SARD)이라는 질환이 있다. 이름 그대로 갑작스러운 실명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개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분비장애의 결과라는 이론과 자가면역염증, 중독 등이 원인이라는 이론이 있다. 또 실명 외에 물을 많이 먹거나 소변을 많이 보는 등의 쿠싱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에서만 나타나는 질병으로는 고양이 중앙망막변성이라는 질병이 있다. 고양이망막이 손상받는 위치 때문에 이렇게 불리는데 이 질병이 유명해진 이유는 ‘타우린’이라는 영양소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타우린을 꼭 섭취해야한다. 중앙망박변성의 유병률이 타우린을 고양이사료에 첨가한 이후 매우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가끔 강아지사료를 주거나 사람음식을 고양이에게 주는 보호자들이 있는데 이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따로 타우린을 보충해주거나 시판되는 고양이식품을 주는 것이 좋다.

끝으로 ‘망막박리’라는 질환이 있다. 망막박리란 말 그대로 망막이 벗겨져 바로 밑에 있는 막(맥락막)과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카메라의 필름이 벗겨져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통 갑자기 시력을 잃어 병원을 찾게 되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망막이 박리된 근본원인을 찾아 적합한 치료를 하고 망막이 다시 부착될 수 있게 하면 위에서 언급한 질환과 달리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시력이라는 중요한 감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시력을 상실했다고 반려동물 자체를 포기하는 보호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시력을 잃은 반려동물은 생각보다 환경에 더 잘 적응하며 보호자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집안 물건의 위치를 자주 바꾸지 않고 시각 대신 청각이 예민해진 반려동물을 위해 큰소리를 내지 않으며 정기적인 검진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잘 적응할 수 있다. 시력이 없어서 불편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불행한 반려동물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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