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과일씨앗, 삼킬까? 뱉을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과일씨앗, 삼킬까? 뱉을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5.30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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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면서 과일을 먹을 기회가 많아졌다. 누구나 한 번쯤 과일 속에 들어 있는 씨앗을 삼켜야할지 뱉어야할지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씨앗은 먹어도 되는 것이 있고 먹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되는 과일씨앗은 매실, 살구, 은행, 복숭아, 사과, 앵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씨앗에는 아미그달린이라고 하는 시안배당체가 함유돼 있다. 소량에서는 복통, 구토, 설사 등 소화기증상이 나타나지만 과량에서는 중추신경계에 문제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매실과 은행에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살구 역시 개가 먹으면 죽는다고 해서 살구(殺狗)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과거 보신탕집에서는 살구씨를 놓아두기도 했다. 개고기와 살구가 서로 상극이기 때문에 소화제로 사용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돼지나 소도 죽였을 수 있다.

복숭아씨는 도인(桃仁)이라고 하는데 역시 아미그달린이 소량 함유돼 있다. 살구씨는 행인(杏仁)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인이나 행인은 물론 매실을 굽거나 훈연해 오매(烏梅)로 만들었고 은행도 백과(白果)라고 해서 약으로 썼다. 엄밀히 말하면 은행은 과실이 아니라 그 자체로 씨앗이다.

이들 씨앗은 독성이 있어도 약으로 먹을 때 문제가 없는 이유는 바로 ‘가열’처리 때문이다. 아미그달린은 휘발성 화합물로 볶거나 물에 넣고 끓이는 과정에서 대부분 휘발된다. 도인(복숭아씨)이나 행인(살구씨)은 대부분 탕약에 들어가고 오매(매실)나 백과(은행)는 굽거나 볶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독성이 모두 제거된다.

사과씨에도 소량의 아미그달린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영유아의 이유식이나 임산부, 병후 회복식으로 사과를 먹을 경우 씨는 소량이라도 먹지 않는다. 사과씨 역시 살짝 볶아 씹어 먹으면 문제되지 않는다. 씹지 않고 삼키면 독성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앵두씨에도 시안배당체 독성물질이 들어있다.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씨앗으로는 수박씨, 석류씨, 참외씨 등이 있다. 이들 씨앗에는 항산화성분이 많아 염증조절에 좋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수박씨는 시트룰린성분이 많아 이뇨작용이 있으면서 혈관질환이나 정력에 도움이 되고 석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성분이 많아 갱년기여성에게 좋다. 이밖에 배, 감, 레몬, 유자, 자두, 멜론, 감 등 제철과일의 씨앗도 문제되지 않는다.

항간에 참외씨를 먹으면 복통이 생긴다고 해서 먹지 못하게 했다. 참외씨가 끝이 날카로워서라는 말이 있는데 참외씨는 장을 찌를 만큼 날카롭지 않다. 참외나 참외씨는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배탈,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참외씨는 오히려 폐와 장을 윤택하게 해 기침이나 변비에 도움이 된다.

포도씨에도 불포화지방산과 항산화성분이 풍부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통  껍질을 벗겨 과육만 삼키고 씨앗은 뱉어낸다. 영양분이 풍부한 것은 버리고 당분만 섭취하는 꼴이다. 포도씨도 쓴맛을 제외하면 별다른 독성이 없다.

먹어도 해가 안 되는 씨앗이라도 꼭꼭 씹어서 삼켜야한다. 씨앗껍질은 단단하기 때문에 씹지 않고 그냥 삼키면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 씨앗에는 영양분과 기운이 농축돼 있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씨앗을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씨앗을 먹는 것은 그만큼의 과일을 한 번 더 먹는 셈이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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