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팥빙수 먹고 배앓이? 생강·계피빙수는 어떨까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팥빙수 먹고 배앓이? 생강·계피빙수는 어떨까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6.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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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더워질수록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음식을 찾게 된다. 여름철 시원한 음식 하면 뭐니뭐니해도 빙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얼음으로 만들어져 몸이 냉한 사람은 맘놓고 먹기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식의 궁합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서로 기운이 비슷한 재료를 함께 사용해 기존의 기운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법과 서로 기운이 상반되는 재료를 함께 사용해 기운을 중화시키는 방법이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기운의 강화가 치우친 기운조절이 목적이라면 기운을 중화시키는 것은 누구나 음식을 부작용 없이 섭취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여름철 빙수의 대명사인 팥빙수는 바로 전자에 속한다. 차가운 기운의 얼음과 서늘한 기운의 팥이 만나 더욱 차갑고 서늘해진다.

따라서 더위를 식히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무더운 여름철 별미로 먹어도 좋고 열사병이나 일사병 같은 여름철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효과도 있다.

팥은 한겨울 동지팥죽으로 많이 만들어 먹어 기운이 따뜻하다고 오해하 경우가 많은데 실제 팥의 성질은 서늘한 쪽에 속한다.

명의별록이나 약성론에서 ‘팥은 열중(熱中-열병의 일종)과 열독(熱毒)을 풀어준다’고 했다. 따라서 빙수에 팥이 추가되면 여름철 열을 식힐 수 있는 보다 강한 기운을 얻게 되는 것이다.

팥빙수 이외에 녹차빙수도 마찬가지다. 녹차 역시 성질이 서늘하면서 차가운 쪽에 속한다. 동의보감에서 ‘녹차는 몰린 기운을 아래로 내려준다’고 했다. 따라서 빙수와 녹차가 만나면 기운은 더욱 서늘해지고 상열감이 줄어든다. 역시 기운이 더욱 냉한 쪽으로 몰리는 궁합이다.

문제는 이처럼 찬 기운의 팥빙수를 먹은 후 배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평소 추위에 민감하고 속이 냉한 소음인이나 찬 것을 먹으면 배탈설사를 하는 태음인 등 일부 체질에서다.

이 경우 후자의 음식궁합을 선택하면 된다. 바로 생강가루와 계피가루를 활용하는 것이다. 생강이나 계피는 모두 성질이 따뜻하고 속을 덥혀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찬 음식으로 인한 배앓이를 막을 수 있다. 생강빙수와 계피빙수. 벌써 시중에 판매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식궁합을 활용한 유용한 빙수가 될 듯하다. 청양고추(열성)가 들어간 오이냉국(냉성)도 이와 같은 궁합이다.

생강은 보통 기운이 따뜻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의서에는 생강껍질의 기운이 서늘하다고 나온다. 한의학에서는 생강껍질을 벗겨내 썰어 말린 것을 건강(乾薑)이라고 하며 이를 후라이팬으로 한번 노릇노릇 덖어낸 것을 포건강(炮乾薑)이라고 한다.

생강보다 건강의 기운이 더 따뜻하고 건강보다 건강을 구운 포건강의 기운이 더 따뜻하기 때문에 구운 생강을 가루내 사용하면 더욱 좋겠다.

계피는 국산이 없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계수나무는 계피나무와는 전혀 다른 품종이다. 계피는 세계적으로 베트남 엔바이지역에서 나는 것이 최상품이다. 국내에도 한약재나 식품 모두 베트남산이 유통된다. 식품으로 유통되는 계피를 구해 쓴맛이 나는 코르크층을 긁어내고 가루내 사용하면 된다. 생강이나 계피 달인 물을 얼려서 만든 빙수라면 금상첨화겠다.

음식궁합은 목적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비슷한 기운을 함께 사용해 약성을 강하게 해도 좋겠지만 평이한 약성으로 누구에게나 탈이 없는 음식도 좋다. 지금까지 배앓이, 배탈설사 때문에 팥빙수를 못 먹었던 분들이라면 올 여름 생강빙수나 계피빙수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모름지기 제철 최고의 음식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맞아야한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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