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갑상선암, 검진은 하되 치료는 권고안에 따라야
[하정훈의 갑상선 이야기]갑상선암, 검진은 하되 치료는 권고안에 따라야
  •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6.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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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유명가수의 부인이 갑상선암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몇몇 갑상선암환자는 자신의 상태가 걱정된다며 병원으로 찾아왔다. 고인은 갑상선암진단 당시 이미 전이가 심했으며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갑상선암은 검진도 하지 말자고 하는데 정말 그래도 되는지 물어보는 환자도 많았다.
 

 


갑상선암은 사망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과잉진단, 과잉치료가 문제다. 그래서 증상이 생겼을 때 검사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갑상선암은 특별한 초기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생겼을 때는 대개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라는 점이다.

최근 60대 여성환자가 갑상선암수술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았다. 집 근처 병원의 세포검사결과는 ‘갑상선유두암 의심’이었고 초음파검사에서 양쪽 목의 림프절전이가 의심된다고 했다. 이미 진행된 갑상선암소견이었기 때문에 바로 컴퓨터단층촬영을 했다. 결과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갑상선암이 기도로 침범해 숨길이 절반 정도 막혀 있었다. 후두는 물론 식도침범도 의심됐다. 양쪽 목 림프절 전이뿐 아니라 양쪽 폐 전이도 있었다. 후두내시경검사 결과 성대마비가 있었다. 자세히 물어 보니 약 1년 전부터 목소리가 조금씩 변하면서 식사가 불편해졌다고 한다.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는데다 환자가 이에 적응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 환자의 갑상선암도 드문 경우로 갑상선유두암의 역형성 변화가 의심됐다. 갑상선 역형성암 또는 미분화암은 예후가 매우 나쁘다. 하지만 필자가 대학병원에서 치료·연구한 바에 따르면 역형성암이라 해도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면 5년 생존율이 40% 이상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술해야한다. 이 환자의 경우 후두와 기도침범이 심각해 후두를 제거하고 식도를 새로 만드는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후두를 제거하면 목소리를 잃고 정상발성이 불가능해진다. 치료도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방사성요오드치료뿐 아니라 외부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분자표적치료제 등도 고려해야한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작은 갑상선암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치 가능하지만 이를 모두 치료하는 것은 과잉치료다. 대부분의 작은 갑상선암은 목숨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는 드물지만 치료가 어려울 만큼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특히 증상이 생긴 후 발견되는 갑상선암은 예후가 나쁘고 목숨에는 지장이 없더라도 삶의 질이 나빠진다.

조기진단하되 과잉치료하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 필자는 갑상선암 진료권고안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검진은 하되 진료권고안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I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헬스경향| 정리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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