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⑰시니어 여행트렌드(下) - “휠체어 타고 온천여행도 거뜬”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⑰시니어 여행트렌드(下) - “휠체어 타고 온천여행도 거뜬”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7.03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후에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여행을 꼽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호하는 여행은 각양각색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 제약이 여행에 큰 걸림돌이 된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이러한 한계를 고려한 시니어전문 여행상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나영 객원기자

은퇴 후 무릎관절염이 심해져 거동이 힘든 메이코(71) 씨. 그녀는 최근 북해도로 온천여행을 다녀왔다.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휠체어를 타고 여행 보조원이 동행하긴 했지만 여행사의 맞춤상품으로 모처럼 불편하지 않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일본의 ‘새로운 어른문화연구소’에 따르면 50·60세대가 퇴직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이라고 한다. 우리만큼 일본도 은퇴 후 여행에 대한 욕구가 크다. 이러한 은퇴세대의 여행욕구에 주목한 회사가 있으니 바로 도쿄의 시티투어버스회사 ‘하토버스(hatobus)’다.

이 회사는 시니어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여행코스를 시티투어버스상품과 연결했다. 예를 들어 ‘쇼와 낭만기행’이라는 상품은 20세기 일본이 번창했던 ‘쇼와(昭和)시대’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시니어들에게 인기다. 가이드가 추억 속의 노래를 몇 곡 부르며 느긋하게 도쿄를 안내한다. 또 천천히 걸어도 될 만큼 일정이 여유롭다. 

시니어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이 회사의 시티투어버스 사양도 다양하다. ‘귀빈석여행’상품에는 최상급 24인용 버스가 투입된다. 이 버스에는 공기청정기와 화장실이 차내에 배치돼 있을 정도다.

시니어테마여행은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일본 전역의 성(城)을 순례하거나 고산식물을 관상하고 에도막부시대의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면 ‘클럽 투어리즘(club tourism)’이 핫하다. 이 회사는 여행테마를 시리즈로 만들어 시니어의 지속적인 참여를 늘려간다. 여행하기 전 예비지식을 학습하고 여행이 끝나면 모임을 만들어 운영한다. 

또 휠체어를 탄 고객처럼 교통약자를 배려하거나 노인의 걷는 속도를 3단계로 나눠 여행을 기획하기도 한다. 이 회사의 ‘유니버셜디자인센터’는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여행할 때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연구한다. 그 결과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없애자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운동’을 여행에 적용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혼여(혼자여행)’를 즐기는 시니어여행객을 위한 ‘라라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비영리단체 샤라쿠의 샤라쿠여행클럽은 여행을 가고 싶은 중환자를 위해 간병전문가를 파견, 고객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맞춤일정을 짜주고 여행 중 이동과 식사, 목욕까지 도와준다. (사진=샤라쿠 제공)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데도 여행이 가능할까? 일본에서는 그렇다. 비영리단체(NPO) 샤라쿠(しゃらく)의 ‘샤라쿠여행클럽’은 중환자가 여행을 가고 싶다면 간병전문가를 보내준다. 상담을 통해 고객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맞춤일정을 짜주고 여행 중에는 이동이나 식사, 목욕까지 도와준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나 치매환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또 ‘일본 배리어프리관광추진기구’는 간병서비스가 있는 여행프로그램을 취합해 소개하고 전국관광, 숙박시설의 휠체어 사용여부 등의 정보를 제공해 여행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여행을 어렵게 하는 신체적인 제약도 앞선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도 시니어 욜로족이 늘면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니어의 특징을 고려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여행은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설렘을 준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설렐 수 있는 여행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