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⑱고령사회와 유니버설 디자인(上) “노인을 위한 디자인? 아니, 모두를 위한 디자인!”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⑱고령사회와 유니버설 디자인(上) “노인을 위한 디자인? 아니, 모두를 위한 디자인!”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7.10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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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을 위한 디자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입구의 계단을 없앤 저상버스부터 손만 대면 자동으로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플러그에 구멍을 내 콘센트에서 뽑기 쉬운 제품까지.

이나영 객원기자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에 노인이나 어린이 모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적용되고 있다. 고령사회에 꼭 필요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현황과 적용사례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 

# 평생 주방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샘 파버 씨는 은퇴 후 아내와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어느날 그는 주방용품 사용에 애먹는 아내를 발견한다. 손목관절염이 심해져 감자 깎는 칼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던 것. 그는 아내를 위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 산업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 씨는 근력이 약한 노인들을 위한 디자인을 회사에 제안했다. 무거운 냉장고문을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손잡이였다. 하지만 이 디자인은 시장성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상생활에서 노인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에 관심을 가졌던 그녀는 20대의 젊은 나이지만 노인변장 후 3년간 노인생활을 몸소 체험하기로 결심했다.

위에 소개한 샘 파버와 패트리샤 무어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노인의 불편함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손잡고 개발한 것이 바로 미국 주방용품브랜드 옥소(OXO)의 ‘굿그립(Good Grips)’시리즈다. 관절염이 있는 노인들도 일명 감자 깎는 칼, ‘스위블 필러’를 사용한 후 대만족이었다.

[사진설명] 고무손잡이가 달린 옥소 굿그립의 스위블 필러. 옥소 홈페이지

이처럼 불편한 점을 해결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옥소의 남다른 철학은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근간을 두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다. 제품, 건물, 환경 등을 장애유무나 나이, 성별, 국적 등에 상관 없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한다는 의미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매이스가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 노인, 장애인 등 누구에게나 편리하고 방해되지 않는 디자인을 꿈꾼다. 사용법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하며 정보는 간편하고 오작동에 쉽게 대처할 수 있어야한다. 또 육체적인 노력이 적게 들고 사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한다.

최근 이런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각광 받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시니어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 인지, 감각, 동작기능이 저하된다. 따라서 노인의 특성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시니어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모든 산업분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각종 협회 역시 기업이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제품에 적용하도록 지침을 만들어왔다. 심지어 이는 식품에도 적용된다. 식품업체들은 굳기와 점도에 따라 단계별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식품을 만든다. 단단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노인은 단계만 보고도 자신에게 적합한 음식을 찾을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일상화돼 있는 일본이나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나마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국내제품조차 일본에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최근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 통합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공시설에 이 개념을 적용할 예정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비단 노인이나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그들의 눈높이를 배려한 공평한 디자인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앞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보다 확대돼 우리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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