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이제는 갑상선암수술을 해야겠습니다”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이제는 갑상선암수술을 해야겠습니다”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7.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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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갑상선암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은 갑상선암을 4년째 추적 관찰해 왔던 중년여성환자에게 이렇게 말씀 드렸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이 환자는 4년전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갑상선의 결절 2개를 발견했다. 그 중 8mm 크기의 갑상선결절이 더 크고 모양이 좋지 않아 세포를 검사한 결과 갑상선유두암으로 진단받았다. 

그는 당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필자를 찾아와 진료받았고 자신은 정말 수술 받고 싶지 않은데 그냥 두고 지켜보는 것은 어떤지 궁금해했다. 추가검사에서 특이소견이 없어 환자에게 정기적인 적극 관찰을 권유했다. 

지난 4년 동안 8mm의 갑상선암은 크기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나머지 작은 결절이 조금씩 커지더니 지난해에는 8mm, 올해에는 11mm로 자라나 세포검사를 했더니 갑상선암으로 나왔다.

원래 알고 있던 갑상선암은 크기변화가 없어 꼭 수술해야할 상태가 아니었지만 3년 새 눈에 띄게 자란 새 갑상선암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필자는 꽤 오래 전부터 작은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치료방침, 즉 적극관찰(혹은 능동감시)에 호의적이었다. 갑상선암은 필자가 다루는 다른 두경부암에 비해 예후가 매우 좋은 암이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에서 작은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않고 지켜봐 주는 병원이 없어 정기적으로 일본에 가 갑상선암을 관찰하는 환자가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를 수술실로 강제로 데려갈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차라리 필자가 정기적으로 지켜봐 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갑상선암을 수술하지 않고 지켜본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었다. 하지만 작은 갑상선암을 수술 없이 지켜보기로 한 것은 필자만의 특별한 생각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갑상선암관찰 연구논문이 이미 몇 개 발표된 적이 있다. 미국의 27개 유명 암센터연합체인 미국통합암네트워크(NCCN)의 갑상선암 가이드라인은 2007년에도 이미 1cm 이상의 갑상선결절에 대해서는 검사 후 치료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2010년 일본 가이드라인에는 현재 미국이나 우리나라 진료권고안과 마찬가지로 1cm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 없이 지켜볼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아무리 예후가 좋아도 갑상선암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 작은 갑상선암을 수술 없이 지켜보는 것은 그 갑상선암의 성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6개월, 1년 간격으로 지켜보는 동안 자라지 않는 갑상선암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는 없다. 

한편 갑상선암 과잉치료가 마음에 걸려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 암 덩어리가 자라는 것을 실제로 보게 되면 치료에 보다 적극적이 되기도 한다. 

위 사례의 환자는 이제 홀가분하다. 여러모로 수술이 꺼려졌지만 이제는 수술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른 진행소견이 없어 갑상선을 절반이라도 살릴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정리 유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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