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⑲고령사회와 유니버설 디자인(下) “여든에도 바늘에 실꿰고,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 ⑲고령사회와 유니버설 디자인(下) “여든에도 바늘에 실꿰고,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7.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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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객원기자

#노안 때문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시즈미 할머니(80). 그녀는 오늘도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자수패턴을 찾아본다. 시즈미 할머니의 취미는 ‘자수 놓기’. 노안으로 바늘귀에 색색가지 실을 꿰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만 노인용 바늘을 사용하면 손쉽게 할 수 있다. 할머니는 최근 자식들에게 선물 받은 노인용 스마트폰에도 푹 빠졌다. 간단한 작동으로 자수완성품을 찍어 가족들에게 보내기도 하고 인터넷에 접속해 새로운 무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노인에 맞춰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노인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들이 그것.

일본뿐 아니라 서구 선진국들도 고령자에게 도움을 주는 유니버설 디자인들이 많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고령자를 비롯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말한다. 고령자를 위한 여러 나라의 디자인사례를 알아보자. 

골다공증으로 손힘이 약해진 어머니를 본 일본 마르나(MARNA)사의 개발자는 병뚜껑을 쉽게 열 수 있는 ‘편리한 오프너’를 개발했다. 이 오프너는 어깨를 축으로 팔 전체에 체중을 걸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제품을 사용하면 노인들도 손끝에 큰 힘을 주지 않고 페트병 마개나 음료수 캔 등을 손쉽게 열 수 있다. 

[사진1] 힘을 주지 않아도 쉽게 뚜껑을 열 수 있는 ‘편리한 오프너’. 일본 마르나(MARNA) 홈페이지.

스마트폰은 현대사회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복잡한 사용법과 작은 글씨 때문에 노인에게는 낯선 이야기다. 일본의 NTT도코모사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개발한 ‘라쿠라쿠폰’은 큼지막한 화면에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노인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글자크기도 크고 그림으로 기능을 나타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음성지원은 필수며 화면은 터치보다 누르는 느낌으로 디자인돼 시니어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사진2] 단순한 기능으로 일본 시니어들을 사로잡은 ‘라쿠라쿠폰’. 일본 NTT도코모 홈페이지.

나이가 들면 노안이 찾아와 고생하기 마련이다. 작은 글씨를 보려면 자연스럽게 인상을 쓰고 돋보기를 찾게 된다. 결국 작은 활자를 읽거나 정밀한 직업을 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일본 클로버(CLOVER)사는 눈감고도 실을 꿸 수 있는 ‘셀프 바늘’을 개발해 시즈미 할머니처럼 자수가 취미인 노인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바늘머리에 있는 홈에 실을 살짝 얹고 아래로 당기면 바늘귀로 꿰어지는 구조로 노인을 포함해 작은 바늘귀에 실 넣기가 힘들었던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제품이다.

[사진3] 눈감고도 실을 꿸 수 있다는 ‘셀프바늘’. 일본 클로버(CLOVER)사 홈페이지.

노인낙상환자 10명 중 7명은 실내에서 낙상을 당한다는 통계처럼 근력이 약해진 노인은 낙상에 노출되기 쉽다. 국내의 한 비데전문회사가 개발한 ‘팔걸이 비데’는 양옆에 팔걸이가 달려있어 다릿심이 없는 노인도 쉽게 일어설 수 있게 디자인했다. 또 노인이 온도조절을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화상방지기능도 탑재돼 있다. 

[사진4] 다리에 힘이 없는 고령자를 위해 팔걸이를 설치한 비데. 대림바스 홈페이지.

욕조의 높은 턱도 낙상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세이프스텝(SAFE STEP)사는 욕조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문달린 욕조’를 개발했다. 개폐형문으로 욕조를 설계해 고령자가 턱을 넘다 당할 수 있는 낙상을 예방했다. 

[사진5] 개폐형 문이 달린 욕조. 미국 세이프스텝(SAFE STEP Walk-In Tub) 홈페이지.

유니버설 디자인은 일상의 불편함을 디자인으로 극복하는 해결법이다. 고령사회에서는 증가하는 노인들만큼 불편함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령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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