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닭고기? 오리고기? 내 체질에 맞는 고기는?
[한동하 원장의 웰빙의 역설] 닭고기? 오리고기? 내 체질에 맞는 고기는?
  • 헬스경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 승인 2017.07.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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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 지나면서 여름도 한복판으로 접어들었다. 많은 사람이 ‘복날’ 하면 삼계탕을 떠올리지만 사실 삼계탕은 사람의 체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민음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닭고기는 온성식품으로 열이 많은 체질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질에 따라 어떻게 고기를 선택해야할까.

청양고추와 오이를 먹었을 때의 생리적인 반응은 서로 다르다. 청양고추는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땀을 내고 오이는 열을 내림으로써 더위를 가시게 한다. 이는 청양고추의 캡사이신, 오이의 오이알코올(쿠쿠르비타신) 등의 효능에 따른 차이다. 따라서 고추는 온성식품으로 냉한 체질에 좋고 오이는 냉성식품으로 열이 많은 체질에 좋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고기도 마찬가지다. 보통 식용고기 중 가장 기운이 따뜻한 것은 양고기다. 동의보감에서는 양고기의 기운을 ‘몹시 뜨겁다’고 했다. 또 ‘한(寒)과 냉(冷)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날씨가 추운 우즈베키스탄에서 보양식으로 양고기를 즐겨 먹는 것도 우연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소고기의 기운은 평이(平易)하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는 ‘소고기는 성질이 평(平)하다(혹 약간 따뜻하다)’고 했다. 한씨의통(韓氏醫通)에는 ‘소고기가 기를 보하는 것은 황기와 효능이 같다’고 했다. 또 소화기를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한편 돼지고기는 기운이 서늘하다. 동의보감에 ‘돼지고기는 성질이 차고 열을 내리게 한다. 돼지는 수(水)에 속하는 집짐승이다’라고 했다. 수(水)는 오행 중 하나로 하기(下氣), 진정, 냉에 해당하는 기운이다. 그래서 간혹 돼지고기를 먹었을 때 체질에 맞지 않으면 설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가 서로 기운이 다른 것은 영양성분의 차이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L-카르니틴이다. 이 성분은 붉은 살코기에 많은데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해 몸을 따뜻하게 한다. 양고기에 가장 많고 돼지고기에 가장 적다. 양고기가 온성식품으로 분류되는 이유 중 하나다.

돼지고기에는 뇌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아난다마이드를 만들어내는 전구체인 아라키돈산이 풍부하다. 아난다마이드는 초콜릿에도 있는 성분이다. 동물실험 결과 아난다마이드를 처치한 동물은 체온이 떨어지고 호흡이 느려지며 덜 걷고 많이 누워 있으려는 경향을 보였다. 동의보감의 ‘돼지고기가 열을 내린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돼지고기가 냉성식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닭고기는 기운이 따뜻하고 오리고기는 서늘한 쪽에 속한다. 닭고기는 흰 살코기로 L-카르니틴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온성식품인 이유는 단백질함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이소류신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해 에너지대사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반면 오리고기는 닭고기에 비해 지방함량이 높고 레시틴 같은 성분이 많아 진정작용을 하면서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닭과 오리의 생김새나 생태를 통해서도 기운이 다름을 짐작할 수 있다. 닭은 부리가 뾰족하고 머리를 흔들면서 걷기 때문에 양의 기운이, 오리는 부리가 납작하며 엉덩이를 흔들면서 걷고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음의 기운이 강함을 짐작할 수 있다. 식품의 기운은 성분은 물론 생태습성과도 관련 있다.

평소 열감을 많이 느끼고 음기가 부족한 체질이라면 돼지고기나 오리고기가 좋다. 반대로 평소에 몸이 차고 소화기가 약한 체질이라면 기운이 따뜻한 양고기나 닭고기가 적합하다. 자신에게 부족한 기운이 충만한 식품을 먹으면 상대적으로 모자란 기운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약식동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정리 장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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