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을 반만 제거하면 갑상선호르몬제를 안 먹어도 되나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호르몬제를 꼭 먹어야한다고 하던데….”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엽절제술(반절제술)을 받기로 한 환자가 물었다. 갑상선이 절반 남아 있으니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갑상선호르몬은 갑상선에서 만들어져 혈액으로 분비되는데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갑상선호르몬 생산을 조절하는 것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자극호르몬이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이 증가하고 갑상선호르몬이 증가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은 감소하게 된다.
갑상선수술 후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 보충하는 경우다. 갑상선을 전부 절제하면 갑상선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야한다. 갑상선호르몬제를 하루 한 번씩 아침 공복에 복용한다.
갑상선을 절반만 절제하는 경우에도 남아 있는 갑상선이 두 배로 일을 잘하지 못하면 몸속의 갑상선호르몬이 모자라게 된다. 갑상선엽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10~20%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평소 갑상선염이 있던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두 번째 이유는 갑상선암재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이를 갑상선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이라고 한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은 갑상선세포나 갑상선암세포의 활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농도가 높아지면 갑상선암세포의 활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갑상선호르몬제를 많이 복용하면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된다.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농도가 낮아지면 갑상선암세포의 활성이 억제되고 갑상선암의 재발이 억제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제를 얼마나 복용해 갑상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어느 정도 억제할지는 갑상선암의 재발위험정도와 관련 있다. 재발위험이 높으면 그만큼 더 많이 복용한다. 갑상선호르몬제를 과량 복용하면 재발억제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과량 복용하면 부작용도 생긴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발생, 허혈성 심장질환자의 협심증 악화, 노인의 부정맥위험 증가, 폐경 후 여성의 골다공증위험 증가 등이다. 따라서 갑상선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은 기대효과와 위험성에 대해 잘 비교해 결정해야한다.
갑상선전절제술과 달리 갑상선엽절제술 후에는 갑상선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이 재발을 줄인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재발을 줄일 수 있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 갑상선암 자체의 위험성이나 재발위험도가 낮아 엽절제술을 선택했기 때문에 엽절제술을 받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억제요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술 후 조직검사와 갑상선기능검사결과가 나오면 호르몬제 복용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글 I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정리I 헬스경향 최혜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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