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철의 중국의료백서] 특구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
[홍민철의 중국의료백서] 특구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라
  • 헬스경향 홍민철 한중의료우호협회 상임대표 (desk@k-health.com)
  • 승인 2017.07.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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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10~20년 장기 프로젝트…외국인 성공확률 희박

중국 의료진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상하이국제의학원구(SIMZ, Shanghai International Medical Zone)에 대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중국 최초의 의료특구다. 상하이 시내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한 SIMZ는 2003년 시작돼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내 척추전문병원으로 유명한 W병원이 SIMZ에 부지를 매입하고 진출을 선언한 시점은 2007년이다. W병원은 돌연 SIMZ 내 병원설립을 포기하고 대신 상하이 시내에 설립한다. 이마저 적자경영으로 사업을 접고 만다. 실패원인은 간단하다. 의료특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병원설립 시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입지선정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상하이 인구 2500만명, 주변지역을 합치면 1억명에 달하지만 이런 인구타령이 무슨 소용인가. 내 병원이 들어설 부지의 반경 10㎞ 이내 인구가 얼마이며 그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여의도 4배 크기의 SIMZ는 아직도 황량한 벌판이다. 도심에서의 거리도 상당하다. 시작부터 외국병원유치를 선언했지만 세계 어느 병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상하이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개발에 참여한 10개 건설회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공동투자해 상하이국제병원을 오픈했다. 하지만 현재 하루외래환자 100명 내외, 병원가동률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만났던 이 병원 부원장은 느긋했다. 활성화방안을 얘기하자 별 관심 없다는 눈치다.

중국에는 다양한 특구(Special Economic Zone, 특별경제구역)가 있다. 특구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토지, 재정 등에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상하이시만 해도 SIMZ 외에 푸둥신구, 와이가오차오보세구, 상하이자유무역구 등 다양한 특구가 있다.

특구로 지정되면 먼저 운영위원회가 정부산하(국가기관)에 설치된다. 이어 이를 실행할 관리회사(유한회사)가 설립된다. 관리회사 대표는 주로 힘 있는 공무원이 파견된다. 대형이권사업이 연계돼 있음은 물론이다. 또 그 아래로 수백 개의 협력회사가 먹이사슬로 연결돼 있다.

가장 큰 이권은 토지수용 후 민간매각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모든 권한을 관리회사가 좌우한다. 필요자금은 국영은행과 민영은행을 통해 조달된다. 자금투입과정에서도 막대한 이익이 오간다. 기본적으로 수조원 단위다.

여기에 권력 없는 민간이나 외국기업이 끼어들 여지는 조금도 없다. 그들은 시와 막대한 자금을 동원, 별 리스크 없이 돈을 번다. SIMZ의 상하이국제병원이 그렇다. 환자도 없는데 어렵게 홍보하려 들지 않는다. 더구나 외국병원과 제휴해 이권을 나눌 생각은 더더욱 없다.

 

 

홍민철 한중의료우호협회 상임대표

그저 현재 시설과 장비를 새 것처럼 잘 관리해 10년 후에 쓰기만 하면 된다. 개원 당시 상하이국제병원은 싱가포르 파크웨이병원그룹에 위탁경영을 맡겼다. 3년이 지난 현재 병원운영노하우를 갖게 됐고 파크웨이와의 위탁경영계약은 연장되지 않았다.

필자는 10여개 중국특구를 직접 가보고 발전과정을 지켜봤다. 10~20년이 필요한 장기프로젝트다. 병원과 교육기관은 필수기관이지만 맨 마지막에 들어가는 기관이다. 민간이, 그것도 외국인이 특구에서 특혜를 누려 성공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글I홍민철 한중의료우호협회 상임대표 정리I헬스경향 최혜선 객원기자 hsch6070@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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