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임신 중 발견한 갑상선암, 어떻게 할까
[하정훈의 갑상선이야기] 임신 중 발견한 갑상선암, 어떻게 할까
  • 헬스경향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 승인 2017.07.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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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으로 진단 받은 30세 여성이 필자를 찾아왔다. 며칠 전 건강검진에서 5mm 정도의 매우 작은 갑상선결절을 발견했는데 세포검사를 통해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았다고 한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한동안 정신이 없다가 안정을 되찾고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하정훈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원장

환자는 작은 갑상선암의 경우 여유를 갖고 지켜봐도 된다는 말을 이해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임신을 위해 노력해 왔고 현재 임신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임신 중에는 갑상선암이 더 빨리 자랄 수 있어 임신 전에 수술하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인지 궁금해 했다. 

먼저 환자의 갑상선결절은 아직 세포검사를 통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는 크기다. 미국과 우리나라 갑상선학회의 진료권고안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갑상선결절의 크기를 10mm로 정하고 있다. 10mm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은 주변침범이나 전이소견이 없으면 꼭 검사나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갑상선암은 임신 중에 약간 커질 수는 있는데 같은 연령대의 임신하지 않은 여성환자들의 크기 변화와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가 있다. 또 설령 약간 커진다고 해도 악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임신 중 발견된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지 않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2015년 미국갑상선학회 진료권고안에서는 그 보고들이 문제가 있는 연구였다고 지적하면서 예후에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1년 이내의 갑상선암은 치료가 지연돼도 예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도 임신기간 중 추적 관찰한 갑상선암의 크기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임신시기에 발견된 갑상선암은 출산 후 수술 받을 것을 권한다. 물론 치료 받을 필요가 있는 갑상선암에서 그렇다.

일부 전문가들은 치료가 필요한 갑상선암수술을 출산 후로 미루는 동안 갑상선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을 권하기도 한다. 갑상선호르몬을 필요량보다 많이 투여해 갑상선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다. 

단 임신 중에 발견된 갑상선암이 심각한 상태이거나 관찰하다가 심각한 변화가 있으면 임신 중에도 수술받을 수 있다. 이때는 유산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신 15주 이후, 24주 이내에 받는 것이 좋다.

위 사례의 환자는 당장 치료해야하는 갑상선암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가 원하는 대로 수술 없이 추적 관찰이 가능하다. 임신 때문에 더 나빠진다는 근거는 없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마음이 쓰인다고 해서 3개월 후 다시 초음파검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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