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㉑나이 들어도 편안한 도시 ‘고령친화도시’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㉑나이 들어도 편안한 도시 ‘고령친화도시’
  • 이나영 객원기자 (senioryoung@k-health.com)
  • 승인 2017.07.31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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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는 미국 뉴욕의 대형식료품점인 샵라이트에서 영양사로 근무한다. 샵라이트는 노인 고객을 위해 무료영양상담과 이벤트를 제공하는 영양사팀이 있다. 그녀는 시니어센터 같은 단체방문객을 위해 매장투어를 진행하거나 상담을 통해 맞춤영양정보를 추천한다.

이나영 객원기자

샵라이트매장은 저염량, 저지방, 고섬유질 같은 제품을 다른 색으로 구분해 선반에 진열한다. 뿐만 아니라 노인고객을 위해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노인전용계산대와 쉴 수 있는 벤치를 매장 내에 배치했다. 또 스쿠터 카트도 이용가능하다.

뉴욕은 세계에서 첫 번째로 2010년 WHO(세계보건기구)의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에 가입했다. 젊고 역동적인 도시이미지가 강하지만 60세 이상 인구비율이 현재 17%에 달한다. 또 자기 관리나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 27%다.

이에 따라 뉴욕은 오래 전부터 나이 들어도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예방교육을 실시하거나 외출이 힘든 저소득층 노인 대상 택시바우처를 운영했다. 또 소개된 사례처럼 고령친화적인 비즈니스도 활발하다.

이처럼 인구고령화와 도시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도시가 커지면 자연히 노인인구비율도 증가하게 된다. 노년에는 누구나 자신이 살던 정든 곳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원한다. 도시에 사는 노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체나 인지기능이 저하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18.2%)은 기능저하를 겪고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 이런 변화는 당연하다. 하지만 고령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다면 어떨까.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줄여 노년에도 활기차게 살 수 있다. 그래서 WHO가 세계적 이슈인 고령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7년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고령친화도시는 나이 들어가는 모든 시민의 안전, 건강, 사회 및 경제적 참여가 자유로운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공중화장실 같은 외부환경에서부터 일자리, 보건영역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그렇다고 해서 고령친화도시가 노인만을 위한 도시는 아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나이 들면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또 가이드라인대로 장벽 없는 건물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동성을 향상시키고 안전한 동네는 노인뿐 아니라 어린이를 포함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WHO의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프랑스 파리가 500번째 도시로 가입했다. GNAFCC 홈페이지.

WHO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도시에 사는 노인의 관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2006년~2007년까지 세계 33개국의 노인과 노인부양자 및 서비스제공자 약 2200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주거, 교통, 복지, 보건 등 8대 분야로 각 도시의 특성에 맞게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WHO는 2009년엔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크워크(Global Network for Age-Friendly Cities and Communities, 이하 GNAFCC)를 구축했다. 뉴욕시가 처음 가입한 이래 지난달 프랑스 파리가 500번째 회원이 됐다.

GNAFCC 회원이 되면 다른 도시들과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 지원할 수 있다. 이제는 1억5500만명이 넘는 37개국 500개 도시와 지역사회가 가입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는 고령화 문제가 세계 각 도시에서도 주요현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고령사회가 눈앞에 와 있어 고령친화도시로의 변화가 시급하다. 서울시는 2010년 ‘고령친화도시’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2013년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GNAFCC회원이 됐다. 현재 서울시에 이어 전북 정읍, 경기도 수원시, 부산광역시가 가입했고 다른 도시도 준비 중이다.

고령친화도시는 가입했다고 해서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GNAFCC도 계획, 실행 후 평가를 거쳐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순환구조를 제시한다. 우리나라도 고령친화도시로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나이 들어도 불편하지 않고 평생 살고 싶은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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