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병력의 환자 두 분이 필자의 병원에 방문했다. 한 분은 50세 남자로 몇 년 전부터 목에 만져지는 멍울(혹)이 있어 내원했다. 한두 번 동네 의원에서 물어봤지만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만져지는 여러 개의 멍울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환자가 인터넷을 검색해 필자를 찾아 온 것이다.
환자의 목을 만져보자마자 심각한 상태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초음파검사결과 1.5~3cm 크기의 림프절비대가 10개 이상 발견됐다. 갑상선에도 같은 모양의 결절이 있어 갑상선암의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상황.
림프절과 갑상선결절의 세침흡인세포검사를 바로 실시한 후 CT검사도 당일에 시행해 병의 범위를 확인했다. 림프절전이 의심소견은 상당히 광범위해 양쪽 목은 물론 가슴 속에 있는 종격동림프절에도 있었다. 세포검사결과 갑상선유두암으로 나왔다.
다른 한 분은 30세 여성으로 역시 오래 전부터 목에 만져지는 멍울이 있었다. 마사지를 하던 사람이 멍울을 발견해 병원진료를 권유했지만 아프지 않고 크기변화도 별로 없어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검사를 받았고 갑상선암의 림프절전이를 진단받았다. 역시 목의 림프절뿐 아니라 종격동림프절에도 전이소견이 있었다.
갑상선암의 증상으로 많이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목의 멍울이지만 무조건 갑상선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목의 멍울은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생길 수 있으며 크게 염증성, 선천성, 종양성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목의 멍울을 감별 진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나이와 목 멍울의 위치, 시간에 따른 변화, 통증유무 등의 소견이 중요하다.
15세 이하의 소아에서는 염증성 림프절염이나 선천성 기형이 많다. 40세 이하의 성인에서는 림프절염이나 종양이 많고 40세 이상에서는 악성종양을 먼저 의심해야한다. 구강암, 후두암 같은 두경부암이나 갑상선암의 전이소견인지도 확인해야한다.
목의 멍울이 시간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경우나 만져서 아픈 경우 종양보다는 염증성일 가능성이 높다. 암 환자들에게 목의 멍울이 그렇게 오래 됐는데 왜 이제서야 병원에 왔느냐고 물어보면 통증이 없어서였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통증이 없으면 오히려 더 나쁘다.
목에서 멍울이 만져지면 바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한다. 필자처럼 20년간 목의 멍울을 만져본 사람도 단순히 만지기만 해서는 병을 진단할 수 없다. 구강검진, 후두내시경, 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하고 필요하면 조직검사와 CT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사례의 두 환자는 늦게 진단한 탓에 큰 수술과 방사성요오드치료로 한동안 힘들게 투병생활을 해야 한다. 그나마 갑상선암이라 치료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좀 더 일찍 병원에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